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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힐링(Eco-healing)의 원조 조웅래 맥키스社 회장 인생 스토리 “역발상하라, 그래야 창조가 보인다"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 보기엔 수더분한 이웃 아저씨인데 통성명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잔기술이나 잡기에 능한 게 아니다. 한번 구사했다하면 혼을 빼놓는 마력에다, 왜 사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명쾌한 답을 내놓는 ‘팔색조’ 경영인, ‘㈜더 맥키스 컴퍼니(맥키스)’ 조웅래 회장.

알려진 것 말고 새 별명 하나를 부탁했더니 대뜸 ‘잡놈’그랬다. “기분 좋게 술 한 잔 취하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잡(雜)이란 게 추잡하고 조잡한 뉘앙스지만 영역을 뛰어넘거나 틀을 파괴하는 그런 게 깃들어 있습니다. 역발상 말입니다. 그래야 창조가 되든 말든 하지요. 알을 깨야 병아리가 나오듯이 틀에 갇히면 안 됩니다.”

▲계족산 임도와의 뜨거운 만남, 황톳길 탄생
그렇다면‘조웅래 표 역발상’의 대표작은? 대전 계족산 중턱을 감아 도는 황톳길이다. “2006년 고향친구들을 불러 계족산을 오르는데 여성 한분이 하이힐을 신었기에 신발을 벗어주고 양말을 신은 채 자갈길을 걷고 뛰었는데 아랫도리에 뜨끈뜨끈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며칠 지속되더군요. 이거다 싶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하고 맨발걷기를 생각해 낸 겁니다.”14.5km의 평범한 자갈길 임도가 질 좋고 촉감 좋은 황토의 산중 레드카펫으로 재탄생한 내력이다. 유지 보수 관리에 매년 6억 원 정도나 든다. 지금까지 투자비는 총 50억 원대. 흙은 전북 김제에서 전국 최고 황토를 사다 쓴다. 비가 안 오면 딱딱하고 색깔이 안 나와 물 뿌리고 굳어지면 뒤집어서 말랑말랑하게 해야 할 정도로 늘 손길이 필요하다. 

“지금은 상상력이 주도하는 세상”이라며 역발상을 강조하는 조웅래 회장.
황톳길 숲속 컨텐츠도 기발하다. 매년 5월에 맨발축제를 열고 4~10월까지 토·일 산중 클래식 음악회를 연다. 줄잡아 연간 50회가 넘는다. 유모차 행렬에 강아지도 다람쥐도 모두 무료다. 크게 웃어도, 통화해도, 졸아도 무방하다. 소외지역과 계층을 찾아가 문화공연을 선사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로 문화예술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조 회장 주도로 지난 2007년에 창단한 뮤직앙상불 공연단, 2012년 창단된 맥키스오페라 공연단이 봄 가을 계족산 숲 속 공연과 찾아가는 음악회를 도맡아 오고 있다. 

황톳길은 지역경제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봐야 할 곳 100선’에 포함됐고 주말마다 4,5만 명이 몰리면서 상권에 훈풍이 분것. 주변 법동과 송촌동 일대에 문화관광형시장이 곧 들어선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조 회장은 지난해 대전지역 (사)한국전통시장학회로부터 ’창조경제대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톳길로 에코힐링 개발하고 산소소주 얻어
조 회장에게 있어 황톳길은 보배다. 여기에서 자연환경(ecology)과 치유(healing)의 합성어로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에코힐링(eco-heal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맥키스사(社)의 기업철학으로 상표등록까지 했다.
 
조 회장의 대전 계족산 황톳길 패션

술꾼이자 술 장사꾼인 그가 건강과 힐링을 말하기에 병 주고 약주냐고 물었다. “뻔뻔하죠. 저는 늘 펀펀(fun-fun)을 추구합니다. 펀펀을 합치면 뻔(ffun)입니다. 마라톤이야 제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산에다 황토를 깔아 황톳길을 만들어 맨발로 걷고 맨발축제에 음악회까지 하는 것은 좋은 것을 남들과 공유하자는 신념의 실천일 뿐입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변화에 변화를 더하고 가치를 키운다. 대화 도중 솔깃했던 또 하나. 바로 ‘산소소주’다. “바닷가나 숲, 계곡에서 술 마시면 덜 취하고 빨리 깹니다. 오존 때문이지요. 과감한 설비투자로 ‘산소용존공법’을 개발해 중국 미국 일본서 특허를 취득했고, 30분 일찍 깨고 숙취도 덜한 ‘산소소주’를 개발하게 된 겁니다.” 

계족산 황톳길 코스(14.5km)

▲맥키스는 자기를 희생해 맛을 더하는 희생번트
지금의 맥키스 사 전신은 40년 전통의 충청권 향토기업인 소주회사 ㈜선양. 2004년에 조 회장이 낯선 대전에 건너와 소주회사를 인수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당시만해도 거침없이 나가던 IT업계 우상이 술사업에 손을 댄 자체가 엉뚱했기 때문. 그러나 이런 판단 역시 역발상의 하나였고 결과는 맞아 떨어졌다. 조 회장은 작년에 회사명을 ‘더 맥키스 컴퍼니’로 하고 맥키스 신제품을 쏟아냈다. 

맥키스가 소주냐고 물으면 그는 그렇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엉뚱하게도 맥키스를 희생번트에 비유한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맛을 더해주는 술입니다. 맥주든 음료수든 타서 도수와 맛을 정해 마실 수 있는 게 매력입니다.”‘깻잎담은 믹싱주 맥키스’는 깻잎에 항(抗)산화나 스트레스 해소 성분이 다량 함량 돼 있다는 농촌진흥청 발표에 착안한 것. 식물 추출액 첨가 소주는 국내 최초다.

인터뷰 도중 맥키스 소주에 맥주를 타 속칭 폭탄주(칵테일)를 권하기에 쭈욱 들이켜봤다. 톡 쏘는 유럽 전통맥주 맛이 난다. “우리 사회가 소주와 맥주에 너무 함몰돼 있고 주는 대로 마십니다. 왜 술집 주인이 주는 대로 마셔야 하는지 생각을 못하고 그냥 마십니다. 이젠 소비자들이 스스로 권리와 선택을 해야 하고 술파는 이들은 이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이런 게 곧 선진 술 문화 아닐까요. 저희가 만드는 맥키스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선택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대세가 자신이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 ‘DIY(Do It Yourself)’라고 하질 않습니까. 웨딩촬영도 직접 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세태가 굉장히 놀랍게 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야 살아 남습니다.”

술 문화를 바꿀 때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조 회장이 직접 지은 브랜드 ‘맥키스(MACKISS) 역시 도발적이다. 이을맥(脈)과 키스의 합성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섞으면 달콤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그 것, 키스를 연상하며 술을 마시자는 의미다. 그가 추구하는‘사람과 사람사이’라는 브랜드 역시 조 회장이 직접 지어 등록까지 했다.

황톳길을 즐기는 시민들

▲창조란 늘 보던 걸 달리 보는 역발상의 산물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했더니 황톳길에 대한 소회라며 슬로우(slow), 디테일(detail), 이모션(emotion) 3가지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매사 단박에 되는 건 없어요. 시행착오, 자신에 대한 믿음,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물 뿌리고 거친 자갈 줍고 흙 깔고 다지고 세부 공정이 중요하듯 말입니다. 또 사람에게 와 닿는 뭔가가 중요한데 공감과 신뢰가 그 바탕이 돼야 합니다. 술이라는 소비재는 더 그렇습니다. 황톳길이나 에코힐링 모두 제겐 큰 자산이지요. 인터뷰하고 대중 앞에 나서고 강연하게 된 것도 공감과 신뢰가 원천입니다.”

조 회장은 요즘 역발상 강연으로 바쁘다. 자신의 성공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무료 강연을 펼친다. 창조경제 전도사이자 재능기부 천사인 셈이다. 고3에서부터 창업 예비자, 기업인, 은퇴자 등 찾는 이도 다양하다. 한달에 너댓차례나 강연을 갖는다. 조 회장의 창조경제론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창조경제란 늘 보던 것을 달리 보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해집니다. 발상의 전환, 역발상을 하라는 겁니다. 이런 게 가장 필요한 곳이 저는 솔직히 공직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황톳길을 찾은 가족

▲미쳐야 비로소 미칠 수 있다-불광불급(不狂不及)’
젊은이들에 대한 훈수에도 아낌없다.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게 ‘완 오브 덤(one of them)’입니다. 나만의 뭔가도 없이 그저 스펙만 쫓고, 못 가지면 아쉬워하고 부러워하고 의기소침해하고 용기를 잃고 그럽니다. 지금은 상상력이 주도하는 세상입니다. 스스로 장기를 찾아내야 합니다.”

조 회장은 가난한 집안 7남매 중 막내. 사춘기 때 하지 말라는 짓은 남보다 미리하면서도 공부 할 땐 눈썹까지 밀 정도로 악바리 근성이 있다. “척박한 환경에 스스로 살아 버티는 법을 터득한 거죠. 평소 궁하면 통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나만의 뭔가를 실현하려면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죠. 궁은 빈곤과 갈망입니다. 부족한 게 있어야 하고 싶은 것도 있게 됩니다. ‘미쳐야 비로소 미칠 수 있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을 중시하는 이유입니다.”

▲어렵게 번 돈 10억 IMF때 고향 장학금 쾌척
고향(경남 함안)에 10억 원대 장학재단을 15년 째 운영중이다. “IMF외환위기 때 마흔 고개에 섰는 데 세상이 너무 힘들어 보여 2000만원으로 시작한 IT사업으로 7년간 번 돈을 나름 과감하게 내놓았죠.” 지금까지 초중고대학생 650명이 혜택을 봤다고 한다. 

황톳길 보수 공사

그는 달리기 마니아다. 신이 내려준 최고의 보약이란 게 그의 신조다. 매일 새벽 황톳길을 뛰거나 걷는다. 비우기 위해 뛰고 채우기 위해 또 걷는다. 다 합치면 매주 40km정도. 해외원정까지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45차례나 완주했다. 사실 인터뷰 도중 황톳길과 마라톤, 그리고 부인 셋을 놓고 우선순위에서 서너 차례나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사업하는 이로선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승패가 너무 분명해 보여 골프는 아예 시작도, 그저 대중교통이 좋아 운전대 역시 잡지도 않았다. ”주변에서 자꾸 골프를 하라고 하길래 친구들 따라 그냥 두번이나 구경을 갔는데 진짜 실망 컸습니다. 넷 중에 두녀석은 즐거워하는 데 두녀석은 입이 삐죽이며 웃지도 않고 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그는 주변에서 ’잡분(잡놈의 높임말)‘ 외에 ‘누드(맨발)족장’ ‘맨발의 사나이’ ’역발상' 등으로 통한다. 건배 구호 역시 그답게 ‘하체 튼~튼~, 만사 형~통~’. 두 시간 여 동안 머리를 맞대고 말하고 웃고 즐기며 느낀 점을 한 줄로 옮겨 보라면 이렇게 적고 싶다. ‘인간 조웅래, 별나긴 해도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고. 


♥조웅래의 워킹(Walking) 러브레터♥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원초적 동작이 바로 걷기입니다. 18세기 사상가 장 자크 루소도 걷기 마니아였습니다. 그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긴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습니다.
 
장수의 나라 일본을 보십시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6km를 걷습니다. 새해 첫날을 동적인 걷기로 엽니다. 연간 2500여종의 걷기행사에 4000만 명이 참가합니다. 걸어서 일본 전역을 돌고 우리나라까지 순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걸어서 다른 문화를 접하고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낯선 이들과 교류까지 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일생에 지구 한바퀴(4만km)를 걸어서 돈다는 목표를 정해 실천하십시오. 걷다보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힐링 됩니다. 

걷지 않으면 병이 오고, 숨 쉬지 않으면 생은 마감하는 것이지요.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힐 만큼만 걸어도 말초신경 자극으로 체내 불순물이 없어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집니다. 스트레스와 친한 교감신경보다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는 부교감신경과 가까워지는 데는 걷기만한 게 없답니다. 하루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심장마비나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 질병에 걸릴 확률도 현저히 줄어들고, 우울증이나 고혈압 등 고질적 질환 퇴치 효과도 크답니다. 다 같이 걸읍시다. 


<조웅래 회장은 누구>

▲1960년 3월 25일 생(실제는 59년생)
▲1978년 마산고 졸
▲1984년 삼성전자, LG전자 근무
▲1985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
▲1992년 2000만원으로 전화정보사업 시작
▲1995년 ㈜5425대표
▲2004년 ㈜선양 회장
▲2013년 ㈜더 맥키스 컴퍼니 회장(사명 변경)
▲2013년 중소기업문화대상 등 수상 다수

황해창 선임기자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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