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찬희 본부장이 밝히는 T전화의 꿈…“모바일 시장 건강한 생태계로”
[헤럴드경제= 황유진 기자]“전화기를 바꾸겠다.” 이 한마디가 T전화 개발의 시작이었다.

박찬희(46ㆍ여) SK텔레콤 상품개발본부장은 지난 2012년 통신사인 SK텔레콤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T전화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NHN(현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센터장으로 6년간 검색 광고 비즈니스 분야에 몸담았던 그를 통신사로 이끈 데는 ‘전화기를 바꾸겠다’고 나선 위의석 SK텔레콤 상품기획부문장의 설득이 크게 작용했다. 네이버에서 검색광고 플랫폼, 부동산 플랫폼 등을 성공시킨 장본인이 이번엔 ‘전화 플랫폼’을 변화시키고 싶다 하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박 본부장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2700만여명이 매일 쓰고 있는 것. 매월 약 60억건의 사용량. 스마트폰 이용자의 100%가 활용하고 있는 기능. 바로 ‘전화’를 탈바꿈시키는 일에 박 본부장은 여성 임원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1여년이 지난 올 초 PC급 성능의 스마트폰을 훨씬 더 ‘스마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임베디드(내장형) 전화 플랫폼 ‘T전화’를 선보였다. T전화는 지난 19일부터 삼성 갤럭시노트3 이용자들의 단말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용화가 시작됐고, 21일 출시 예정인 LG G프로2에는 선탑재돼 출시된다.


T전화 뒤에는 1여년간 비밀리에 개발에만 몰두한 상품개발팀이 있었다. 개발을 주도한 박찬희 본부장은 마치 품었던 자식을 세상에 보여주는 설렘과 떨림을 안고 그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이제 어느 정도 건강한 모바일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픈 플랫폼인 T전화를 통해 중ㆍ소 개발사는 물론 제조사들과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통신사ㆍ 제조사ㆍ개발사가 배타적 관계가 아닌, 협력하는 구조가 되면 결국에는 그 이익이 사용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이 “T전화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픈 플랫폼 특성 활용, 전화를 스팸 청정지역으로=박 본부장은 “최근 많은 사람이 피싱, 스미싱 등 사기성 문자는 물론 각종 스팸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T전화를 통해 모바일 시장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T전화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안심 통화’ 기능은 스팸 전화 부류의 블랙리스트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또 ‘T114’ 기능은 병원, 은행 등 유선전화로 걸려오는 각종 전화의 정확한 출처를 알려줘 사용자는 ‘선택적’ 통화가 가능하다. 수신 화면에 ‘○○은행’ ‘××보험, 보험 가입 안내’ 등이 표시되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T전화를 직접 사용하며 장점을 실감했다”면서 “자동차보험 만기가 되자 각종 보험회사에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많이 왔는데, 보험 회사인지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어 필요한 전화만 받을 수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통신사와 제조사, 동반자의 관계로=T전화는 제조사와의 철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특히 제조사로부터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ㆍ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전화’를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통화’의 안정성을 염려하는 여론을 이겨내야 했다. 필요하면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연해보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음표(?)를 던지던 이들을 논리와 기술로 설득해 나가며 결국 느낌표(!)를 주고받기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것도 많다. 제조사 개발자들과 함께하는 팀워크를 통해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는 첫 경험을 했다.

박 본부장은 “T전화의 효용성에 대해 제조사를 설득하고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한배를 탄 것처럼 동료의식을 느끼게 됐다”면서 “고객들에게 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는 점에서 제조사와 통신사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중소업체 기술력 적극 활용, 상생의 장을 펼친다=T전화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기능과 기술이 추가 탑재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OTT(오버더톱ㆍ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T전화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개발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히려 중소업체가 개발해 직접 서비스하고 있는 좋은 모델이 있으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안심통화기능을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하지 않고 에바인이라는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기존 시장의 생태계가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하도급을 통해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시장의 판을 조금 바꾸면 모두가 윈ㆍ윈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의 하나가 전화를 오픈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팀은 광주에 기반을 둔 윤영준 에바인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했다. T전화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안심통화기능을 구현하는 데 에바인이 축적한 운영노하우 등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

박 본부장은 “SK텔레콤이 ‘T전화’라는 넓은 판을 벌여놓으면, 중ㆍ소 개발사들이 만들어낸 편리한 기능을 언제든 추가할 수 있다”면서 “T전화의 잠재력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고 강조했다.

hyjgo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