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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행학습 제재보다 대입 개혁이 먼저
‘공교육 정상화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이 적용되면 초ㆍ중ㆍ고교 각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선행학습과 이를 유발하는 평가가 전면 금지된다. 가령 일부 초등학교 저학년의 영어수업과 외국 교과서를 활용, 고 1과정을 묻는 고교 신입생 배치고사, 외국어고의 의대준비반 운영, 대학과정 수준을 요구하는 대입 논술 면접 등이 모두 제재 대상이다. 학원과 개인교습자의 선행학습 교습 광고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을 최대한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행학습을 없애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당국은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반겼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폐해와 심각성은 더 이상 언급이 필요없을 정도다. 시장 규모가 연간 20조원에 이른다니 그야말로 망국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학생과 학부모가 기를 쓰고 선행학습에 나서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남들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현행 대학 입시 방식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선행학습은 학교와 관계없이 개인적 차원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입시학원가에선 법이 시행돼도 크게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법안의 파괴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선행학습을 법으로 제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행학습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며 현 정권 교육 개혁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엉킬대로 엉킨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대통령 지시’ 한마디로 정리된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는 누구보다 교육 당국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손을 대려면 뿌리인 대학 입시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학생 선발권을 전적으로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다. 각 대학의 건학이념과 인재육성 철학에 따라 자신들의 방식대로 학생을 뽑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다. 다만 대학은 스펙과 성적보다는 고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는지 여부를 전형에 제대로 반영해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수능제도도 대폭 개선, 참고 자료 정도로 기능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부터 바로 잡아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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