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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쇼핑] 모듈라이프; 바꾸고 끼우고 쌓는 현명한 소비
어린 시절 ‘레고(LEGO)’라 불리는 조립식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보면 늘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곤 했다. 손길이 닿는 대로 커다란 성이 되기도 하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로봇이 되기도 하는 이 놀라운 ‘변신체’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참을 레고 놀이에 빠져 있다 보면 ‘블록을 쌓아 마음대로 변신하는 집을 지으면 어떨까’ ‘블록을 쌓아 책상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처 ‘블록집’ 설계도를 그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로부터 20여년, 공상은 현실이 됐다. 이제 세상은 ‘블록’이 지배한다. 생활에 필요한 작은 소품에서부터 가구, 심지어는 주거 공간에 이르기까지 블록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 모든 제품이 사용자의 입맛대로 바꿔 끼우고 쌓을 수 있도록 나오는 세상, 이른바 ‘모듈라이프’의 시작이다. 이 모듈라이프가 최근의 ‘친환경’ 열풍과 결합하면서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스러운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고 있다.

크기 작고 생산 쉽고 가격도 저렴…
락앤락·삼광글라스 밀폐용기
정리정돈 편해 ‘수납여왕’ 열광

>>> 생활용품…또다른 삶의 첫걸음

생활, 가구, 건축 분야를 따질 것 없이 전 제조업 분야에서 ‘모듈화’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생활용품 시장이다. 생활용품은 비교적 크기가 작고 복잡한 형태의 모듈형 제품 생산이 쉽기 때문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레고 블록을 가지고 놀며 변신하는 삶을 꿈꿨던 이들이 첫걸음을 내딛기에는 금상첨화다.

최근 보편화된 친환경 식습관과 맞물려 인기를 끄는 것은 ‘모듈형 밀폐용기’다. 국내 밀폐용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락앤락과 삼광글라스는 지난해부터 앞다퉈 모듈형 밀폐용기를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냉장고 정리에 최적화된 원통 형태의 밀폐용기를 내놨다. 이 제품의 이름은 ‘인터락’. 인터락은 몸체 바닥 부분의 돌기가 다른 용기의 뚜껑에 있는 홈에 부드럽게 맞물리도록 ‘모듈형 결착 방식(INTER-LOCKING SYSTEM)’을 채택했다. 긴 용기와 짧은 용기를 마음대로 얼마든지 이어붙일 수 있어 틈새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락앤락의 모듈형 밀폐용기 인터락                                  [사진제공=락앤락]

인터락은 냉장고에 소량의 잡곡이나 쌀, 천연 조미료, 건버섯 등을 넣어두고 섭취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락앤락에 따르면 2012년 동기 대비 2013년 4분기 인터락 매출은 350% 증가했으며, 올 2월 홈쇼핑에서 평균 125%의 방송 효율을 달성했다. 삼광글라스의 ‘블럭캐니스터’ 역시 원형과 정사각형, 2가지 형태로 겹쳐 쌓을 수 있는 모듈형 유리 밀폐용기다.

수납장·선반·책장 등
그때그때 모듈추가·변형가능…
리바트·체리쉬 등 시장 양분

>>> 녹색가구…20년후 미래공간 연출

모듈형 생활용품이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였다면 좀더 큰 사치도 있다. 바로 모듈형 가구다.

모듈형 가구는 이미 한샘, 리바트, 체리쉬 등 가구업체들이 줄줄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을 만큼 가정용 가구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샘은 최근 한샘몰을 통해 ‘엄마가 디자인해주는 가구’ 모모로(momoro)를 선보였다. ‘모모로’는 아이의 연령과 취향을 고려해 서랍장ㆍ옷장ㆍ수납장ㆍ책상 등 15가지 모듈을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리바트의 ‘클레버’ 역시 사용 시기에 따라 확장 가능한 모듈 가구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기본 가구에 필요한 그때그때 모듈만 추가 구매하면 된다. 

체리쉬의 모듈형 천소파 밀러의 형태별 배치                       [사진제공=체리쉬]

체리쉬는 모듈로 거실을 공략한 경우다. 체리쉬 모듈형 천소파 ‘밀러’는 공간의 크기나 형태, 다른 가구와의 조화,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4가지 이상의 다양한 맞춤 구성이 가능하다. 넓은 공간에서는 일자형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안정감 있는 정사각형 등으로 자유롭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모듈형 가구의 장점은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수납장ㆍ선반ㆍ책장 등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가구를 교체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타임리스 제품이라는 것. 10년에서 최고 2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 가구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대청마루·문틀 등
기본골격 공장서 제조·현장조립…
시공비 일반 한옥의 3분의 1

>>> DIY 한옥…흙냄새·풀냄새 물씬

모듈형 생활용품과 가구가 집 안에 들어가는 소품이라면, 집 그 자체를 완성하는 인테리어ㆍ건축 시장에서 모듈화 바람도 거세다.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꽃이나 이끼 등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식물을 타일과 공간 벽 등에 결합한 모듈형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달 초 ‘그린 신드롬’이 국내에 출시한 이탈리아 인테리어용품 ‘모스타일(MOSStile)’과 ‘모스월(MOSS WALL)’이 대표적이다. 모스월은 스칸디나비아산 이끼가 빼곡히 심어진 모스타일을 알루미늄 뼈대에 원하는 모양대로 나사로 고정,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벽면 이용 모빌형 정원 얼비오(Urbio)     [사진제공=그린신드롬]

인테리어 시장의 모듈화가 최근 태동하고 있다면, 건축 시장의 모듈화는 이제 점차 성숙기에 접어드는 추세다. 모듈형 한옥과 모듈형 주택이 그 주인공이다.

모듈형 한옥은 최근 친환경 건축 바람과 옛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흙 냄새와 풀 냄새, 바람이 드나드는 한옥의 정취에 빠지고 있어서다. 모듈형 한옥은 특히 대청마루와 기본 골조, 벽체, 문틀 등 각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져 3.3㎡당 건축비가 700만원 내외로 일반 한옥보다 배가량 저렴하다. 현장 공사 기간도 두 주에서 한 달 정도로 기존 한옥과 비교할 때 3분의 1로 줄었다.

마에스트로 시공 모듈형 한옥                          [사진제공=마에스트로]
친환경 목조 모듈주택 스테키홈의 조립ㆍ부품 예     [사진제공=스테키코리아]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모듈주택 연구를 진행해온 ‘마에스트로’의 모듈형 한옥이 유명하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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