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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볼 끝났으니 TV 바꿔줘” 美 악성반품 기승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슈퍼볼(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ㆍNFL 결승전) 다 보고 대형TV 반품, 파티용 고가 드레스ㆍ보석 착용후 반품, 값비싼 크리스마스 트리 시즌 끝나고 반품, 결혼식 촬영후 캠코더 반품….’

미국 소비자들의 악성 반품이 급증하면서 소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워드로빙(wardrobing)’이다. 워드로빙이란 워드로브(wardrobeㆍ옷장)에서 나온 말로, 고가의 의류와 가전제품을 구입한 후 단기간 사용하고 반품 기한이 종료되기 직전 반납해 돈으로 환불받는 행위를 말한다. 매장 의류를 자신의 옷장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같은 악성 반품 때문에 미국 소매업계가 지난해 입은 손실액은 약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이른다. 전미소매연맹(NRF)이 지난해 말 소매 대기업 62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2%가 “워드로빙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의 한 할인매장에 소비자들이 물건을 반품하기 위해 ‘반품 전용 카운터’에 줄을 서 있다.
 [사진출처: 아사히신문]

미국 소비자들의 악성 반품이 급증하는 이유는 제품에 이상이 없어도 구입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을 쉽게 받아주는 미국의 쇼핑 문화 때문이다. 범죄는 아니지만 사기로 볼 수 있는 수법이다.

급기야 훔친 물건을 환불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NRF이 조사한 62개사 임원중 95%는 ‘도난제품 반품’을 받아본 적 있고, 29%는 ‘위조 영수증에 의한 반품’도 경험했다고 답했다.

미국 소매업계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은 드레스 등 고가 의류의 눈에 띄는 곳에 특수 태그를 붙여 그것을 제거하면 반품이 불가능하게 했다. 백화점 측은 “집에서 사이즈 확인은 할 수 있지만, 태그를 떼지 않고 외부로 입고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 워드로빙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최대 할인 매장인 월마트는 반품 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전은 보통 반품 기한이 90일 이내이지만 가격이 비싼 컴퓨터 등은 15일로 짧게 설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반품’이라는 습관이 뿌리내린 미국에서 반품 규정을 엄격히 할수록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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