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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고 커졌나…때 아닌 폭설, 기둥없는 구조 체육관, 산중턱 빙판길에 구조차량 접근도 늦어져
아까운 젊은 생명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꺼져버렸다.

지난 17일 밤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던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에서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행사를 진행한 이벤트 회사 직원 11명이 발견되지 않은 채 연락 두절상태라고 사고대책본부가 설명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행사의 장소나 날씨 등을 감안해도 피해가 너무 컸다.

가장 큰 이유로는 폭설과 약한 건물구조가 꼽힌다. 경주지역은 눈이 많지 않고, 2월 중순에는 더더욱 폭설피해가 드문 지역. 하지만 최근 들어 강원 영동 지역을 강타한 눈폭탄이 경주 지역에도 적설량 50㎝를 기록했다. 사고가 난 17일에도 오전에는 비가 내리다가, 오후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눈으로 변했다.

해안지방인데다 비가 변해 눈이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발로 변해 체육관 지붕에 쌓였다. 이미 10㎝ 가까운 눈이 쌓여있던 체육관 지붕에 이 눈이 더해지면서 한계 하중을 넘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숙박동 좌측에 위치했던 체육관의 구조도 취약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측이 지난 2009년 단체 고객 행사 및 레크레이션 행사 수요가 늘어나자 추가로 건립한 이 체육관은 대부분 구조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임시 건물과 비슷하게 지어졌다. 2층건물로 보이지만, 단층구조. 하지만 기둥이 없는 구조상 건물 중앙부분 지붕에 눈이 많이 쌓이면서 무게를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어진 경주 지역 공단의 다른 건물은 무너지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부실공사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차가운 날씨탓에 출입문을 모두 닫은채 행사가 진행됐고, 출입문이 행사 무대 반대쪽에 있어 무대 앞쪽에 있던 학생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출입문이 더 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붕괴가 된데다 건물내 구조와 지리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리조트의 특성도 구조작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왕복 2차선의 좁은 진입로는 계속 내린 비와 눈으로 미끄러웠고, 해발 500m에 위치한 리조트까지의 오르막길에 소방당국의 구조차량이 제대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 대다수는 진입로 입구에 구조차량을 세워둔 채 수백m를 걸어서 현장에 진입했다.

구조대원들이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어둠 속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데 또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무거운 철골 구조물에 뒤엉킨채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 현장엔 소방 및 경찰 관계자, 해병1사단·육군 50사단 장병 등 400여명이 투입됐지만 초반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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