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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현수 현상 ’의 뼈아픈 교훈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안현수가 러시아의 빙상영웅 ‘빅토르 안’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성공(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좌절(무릎 부상으로 2010 밴쿠버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방황(소속팀 해체)과 표류(러시아 귀화), 마침내 재기(2014년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금)의 과정이 극적이다. 이런 화제성 때문에 빅토르 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의 한 신문은 “마치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대표팀과 불화를 겪고 쿠바 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빅토르 안이 러시아 국기를 휘감고 시상대에서 러시아 국가를 따라 부르는 장면을 본 우리 국민들 마음은 복잡하고 착잡했을 것이다. 빅토르 안 주연의 드라마에 우리 체육계의 일그러진 자화상도 함께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안현수가 아니라 대한빙상연맹이었다. 연맹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항의 글로 마비가 됐다. 빅토르 안의 화려한 컴백과 12년 만에 노메달의 위기에 몰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초라함이 대조를 이루면서 빙상연맹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 안현수 귀화의 배경으로 지탄받았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최고 실력을 갖추고도 국내에서 꿈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파벌주의, 심판 부정 등 체육계의 구조적 난맥상 때문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들끓고 있는 ‘안현수 현상’은 한국사회를 공정하지 못한 사회, 편 가르기로 꿈을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모두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평소 품었던 불만이 안현수를 통해 분출되고 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현수 현상이 광풍이 돼 우리 사회에 냉소적이고 자기 파괴적 기류가 팽배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현수가 파벌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가 소치에서 밝혔듯 재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것은 진심일 것이다. 파벌싸움 논란의 확대 재생산은 지금 소치에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안현수=선, 빙상연맹=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체육계의 고질병을 치유할 선진 시스템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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