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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의 ‘발끝’ 에 첨단기술이 흐른다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는 유독 충돌사고가 잦았다. 선수들은 날카로운 스케이트날과 부딪히고 넘어졌다. 시속 50㎞로 전력질주하던 선수들은 그만큼 부상도, 충격도 크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케블라’라는 방탄소재 유니폼을 입는다. 1972년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케블라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의 일종이다. 강철과 같은 굵기의 섬유로 만들었을 때 강철보다 5배 강도가 높다. 날카로운 스케이트날이 유니폼을 파고들면, 수십겹의 케블라 실이 스케이트날을 중심으로 엉켜들어 단단한 방어막을 친다. 덕분에 살이 베이지않고 타박상 정도만 입게 된다. 케블라는 방탄복 소재로도 사용된다. 이상화를 비롯한 국가선수들의 유니폼은 휠라코리아가 네덜란드 원단을 이용해 특별제작했다.

스피드 스케이트화는 ‘클랩’장치가 특징이다.

클랩스케이트는 스케이트날이 신발 밑바닥에 고정된 기존 장비와 달리, 뒷축이 발꿈치에서 7~8㎝정도 떨어졌다 붙었다 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 스케이트다. 1995년 네덜란드 스포츠용품사인 바이킹사가 개발했다. 이 스케이트로 얼음판을 달리면 발을 들어 바꾸는 순간에도 스케이트날이 빙면과 떨어지지 않고 계속 미끄러진다. 마찰이 줄어드는 만큼 속도는 높아진다. 1바퀴당 0.2~0.3초는 단축이 가능하다. 1997년 네덜란드 선수들이 ‘클랩 혁명’을 등에 업고 각종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독식했다.

스케이트와 맞닿은 얼음도 보통 얼음이 아니다. 표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빙상에 화학기술을 접목했다.

빙상 표면 아래에는 수백미터의 냉각관이 망상 형태로 촘촘히 깔려있다. 영하 11~15℃ 이하의 냉각관에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열전도 유체인 프로필렌 글리콜이나 에틸렌 글리콜 용액이 흐르고 있다. 이같은 열전도 유체는 빙상 표면의 열을 제거해 1℃ 오차 범위 내에서 얼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질척한 물이 빙상 표면을 덮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이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유니폼은 미국 군수용품 회사인 록히드 마틴과 스포츠의류 제조사인 언더아머가 2년에 걸쳐 만든 ‘마하39’다. 머리와 팔다리 부분에 돌기를 만들어 공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했다. 통풍이 잘 돼 열기가 쉽게 배출되는 구조다. 또 유리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를 사용해 근육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러나 미국 선수들은 연이은 부진의 이유로 이 첨단 유니폼을 꼽고 있다. 유니폼이 공기저항력을 키워 속도를 내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대표단은 결국 선수들에게 “기존 유니폼을 입어도 된다”고 통보했다.

또다른 대표팀들은 소치올림픽의 ‘빙질’로 화살을 돌렸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소치는 2월 평균기온이 영상 10℃ 안팎까지 올라가 제주도보다 따뜻하다. 소치와 인근지역 그루지아는 질 좋은 와인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처럼 포근한 날씨 때문에 빙상이 작은 마찰에도 쉽게 녹고, 그만큼 물이 빨리 생겨 미끄럽다는 것이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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