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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 안현수 금메달, 8년 응어리 날린 가슴벅찬 오열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양팔을 번쩍 들었다. 8년 간 가슴에 쌓였던 뜨거운 응어리가 한꺼번에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대로 얼음판 위에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물을 흘린 그는 빙판에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국이 낳은 ‘쇼트트랙 천재’가 8년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가 흔든 건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한 테크닉과 노련한 경기운영.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른 스케이팅이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1,000m와 1,500m, 그리고 5,000m 계주에서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8년 만에 1,000m 정상 자리를 되찾으며 통산 네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챙겼다. 은메달은 역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1분25초399)가 가져갔다. 동메달은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1분25초611)에게 돌아갔다.

안현수의 오열은 많은 한국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토리노올림픽 3관왕,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5연패를 차지한 그에겐 딱 하나 없었던 게 있었다. 바로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토리노올림픽 직후 한체대와 비한체대파로 나뉘어 심각한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된 그는 대표팀에서 훈련 도중 무릎까지 다쳐 네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대한빙상연맹으로부터 어떤 지원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 소속팀마저 해체됐다. 많은 고민 끝에 택한 길은 러시아 귀화였다. 



2011년 빅토르 안이라는 새로운 이름, 새로운 조국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등을 통해 조금씩 세계 무대에 황제의 귀환을 알렸고 마침내 이날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거짓말같은 드라마를 완성했다. 안현수는 500m와 계주에서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현재까지 노메달에 그친 한국 남자 쇼트트랙에 매섭게 돌아온 ‘안현수 부메랑’을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하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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