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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캐스트 - 타임워너의 결합, 美 FCC의 판단은?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미국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 대형 인수합병(M&A)이 터졌다. 지난 14일 미국 1위 케이블TV(SO) 사업자 컴캐스트가 2위 타임워너케이블을 452억달러(약 48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시장 1-2위 사업자가 합한 거대 ‘케이블 공룡’의 출현 소식에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에선 소비자 가격 인상 등 시장 독과점의 폐해를 우려하는 시각을 전하는 등 합병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공은 FCC에게로 =두 회사 합병계획은 통신방송 규제당국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거쳐야한다. 이제까지 시장에선 FCC가 양사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컴캐스트의 타임워너 인수 가능성을 낮게 봤다.

CNBC는 13일(현지시간) 양사 합병계획안이 “FCC와 법무부로부터 지루한 검토를 거쳐야한다. 두 기관은 3년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셜 합병은 통과시켰지만, 이번 비슷한 기업끼리의 수평적 결합에 대해선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컴캐스트가 그동안 규제당국을 통과한 실적이 상당하고, 워싱턴에 친분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번 합병안이 통과가 되더라도 컴캐스트로선 다소 속쓰린 조건부가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소비자 사용료가 인상되고 고객서비스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전했다. 양사 합병으로 시장에서 경쟁이 줄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고 가격은 인상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앞서 FCC와 법무부는 이달 초 일본 소프트뱅크의 T-모바일 인수에 대해 시장 경쟁 감소를 이유로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이동통신 1위 AT&T가 4위 T-모바일을 390억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 신청을 FCC는 거부했다.

컴캐스트는 FCC 측에 타임워너케이블과 서비스 권역이 달라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컴캐스트는 이미 FCC의 단일사업자 시장점유율 30% 제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타임워너와의 합병 시 가입자 300만명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겠다고 제안까지 마친 상태다. 또 버라이즌의 FiOS, AT&T의 U-버스, 위성TV 등 케이블TV 뿐 아니라 위성TV, IPTV까지 포괄한 전체 유료TV 서비스 시장을 기준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만리서치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컴캐스트 2169만명(인터넷 가입자 2066만명) ▲타임워너케이블 1139만명(1161만) ▲디렉TV 2016만 ▲디쉬네트워크 1405만(38만5000명) ▲AT&T 546만명(1643만) ▲버라이즌 526만(607만) ▲콕스커뮤니케이션스 450만 추정(450만 추정) ▲차터커뮤니케이션 418만(429만) ▲케이블비전 283만(277만) 등이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의 가입자 수를 합산하면, 유료방송 3308만명, 인터넷 3227만명 등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규모를 이룬다.


▶유럽이라면 시장 1ㆍ2등 간 합병은 있을 수 없는 일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유럽 시장에선 좋건 나쁘건 이런 전대륙적 서비스사업자의 합병은 이뤄지기 어렵다”며 미국과는 다른 유럽 규제 상황을 비교했다. 유럽 규제는 미국과 비교해 ‘소비자 보호’에 더 방점을 둔다. 지역 케이블, 이동통신, 유료방송 등 간에 합병은 유럽 규제의 높은 장벽을 넘기 어렵다. 시장에 ‘금’을 쳐 놓는 이유는, 거대 사업자간 합병 시 소비자의 선택폭이 줄고, 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통신 요금이 미국보다 더 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유럽 통신 소비자의 월 평균 통신 요금은 38달러 선으로, 미국의 동일 서비스 요금의 절반 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EU 집행위원회는 이동통신 로밍 요금의 대폭 삭감 등 추가 규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의 역작용도 있다. 사업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수십억 유로를 투입해야할 대단위 망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럽의 이동통신과 케이블사업자가 지역 내에서 극심한 경쟁을 지속해 소비자에게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기기와 연결하는 데이터 서비스의 수요는 만족시킬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사업자 불만은 쌓여있다. 크고 작은 M&A도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보다폰은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와이어리스 보유지분 45%를 1300억달러에 팔아치우고 대신 독일의 케이블사업자 카벨도이칠란트를 105억달러에 사들였다. 나아가 스페인 케이블사업자 ONO를 약 100억달러에 인수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독일 이동통신사 E-플러스를 11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중앙 및 동부 유럽에 걸쳐 여러 인수를 성사시켰다. 미국 케이블 백만장자 존 말론 소유의 리버티글로벌은 지난해 영국 케이블사업자 버진미디어를 160억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지난달에도 독일 케이블 사업자 지고를 137억달러에 삼켰다.

전문가들은 유럽 대형 통신사가 자신들이 이미 진출한 지역의 다른 작은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 전역에 걸쳐 높은 수준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영국 투자은행 에스피리토산토의 로버트 그린들은 “유럽은 예측가능한 미래에도 분화된 시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미국과는 매우 다른 시장 구조”라고 평가 했다. 컨설팅회사 오범의 스티븐 하트리는 “유럽에선 지난 20년간 투자가 아닌 경쟁 촉진이 강조돼 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기 때문에 달라져야한다”고 주장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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