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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대한상의 정책자문단은 ‘남초(男超)’ 자문단(?)
- 자문위원 40명 중 여성은 2명 불과
- ‘이념 균형’만큼 ‘성별 균형’ 아쉬워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최근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 문제를 해소해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입니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부의 발표 후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환영의 의사를 담은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가 산업계에 확산되고 여성고용률이 제고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용만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업에 단기ㆍ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대전제가 맞다면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며 논평을 낸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경제 단체에 비해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해 ‘일하는 여성’중 한명으로서 고마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3일 대한상의 정책자문단 출범식 현장이었습니다. 대한상의는 조사,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수, 연구원 등 40명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발족했습니다. 자문단의 면면을 살펴보는데 ‘남성 일색’이었습니다. 40명의 구성원 중 여성은 노동 분야의 정진화 서울대 교수와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단 두 명 뿐이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정책자문단 출범식. 박용만(첫번째줄 왼쪽부터 다섯번째) 대한상의 회장과 자문위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40명의 자문위원 중 여성 위원은 정진화(박용만 회장 왼쪽 바로 옆)서울대 교수와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두 명 뿐이다.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자문위원을 선발하는 데 정량적으로 성비(性比)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식견과 전문성이 더 우선돼야 합니다. 대한상의 자문단에 포함된 교수, 연구원들은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대표 전문가들입니다. 전문성을 강조해서 선별했는데 결과적으로 여성이 두명 밖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굳이 비판을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또 앞서 밝혔 듯이 일하는 여성 중 한명으로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대한상의의 정책자문단에 여성이 두명 뿐이라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경제, 기업정책, 노동, 환경, 재정, 금융, 통상 등 자문단이 다루는 7개 분야와 관련해 ‘저명한 여성 전문가가 두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념의 균형’을 자문단 선발의 중요 기준으로 고려한 점도 아쉬움을 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박 회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도록 균형감을 갖고 자문위원을 선별했다”며 “자문단이 꼭 컨센서스를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성향에서 자유로워 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자문위원의 면면을 보면 보수, 진보, 중립적 성향의 학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념 만큼 성별의 균형도 배려했더라면 더 나은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요.

대한상의가 금명간 정부에 전달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방안 건의안’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육인프라 정비 등 여성 고용 장려를 위한 방안도 포함돼있습니다. 이 건의안은 자문단의 최종 검토를 거쳐 정부에 전달됩니다. 일하는 여성, 자녀를 둔 엄마로서 직접 이 문제를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혀 본 여성 전문가들이 조금 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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