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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질 듯 말 듯, 좀비 브랜드의 질긴 생명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브랜드에도 좀비가 있다. ‘좀비 브랜드’, 미스터 도넛이나 팬아메리칸월드 항공사(팬암) 등은 전세계 한 구석에서 되살아나 오랜 시간동안 질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라질 듯 말 듯, 기억 속에서 잊혀졌지만 다시 되살아난 좀비 브랜드들을 소개했다.

이들 좀비 브랜드는 미국에선 사라졌지만 다른 국가에서 브랜드명이 유지되고 있거나 사업 방향을 탈바꿈해 새로운 서비스로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을 ‘오래된 브랜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전했다.

미스터 도넛이 대표적인 예다. 미스터 도넛은 1955년 보스턴에서 설립돼 1980년대 최대 경쟁사인 던킨 도너츠와 자웅을 겨뤘다.

일본 센다이에 있는 미스터 도넛 매장. [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북미지역 점포 수가 한때 275개에 이르던 것이 지금은 미국 일리노이주 세인트루이스에 단 한 곳 남았다. 1990년 던킨 도너츠는 북미 미스터 도넛 점포들을 인수하고 이들은 모두 던킨 도너츠로 바꿨다.

그러던 미스터 도넛을 일본 위생기업 더스킨이 살렸다. 더스킨은 일본 미스터도넛 가맹점을 운영하며 점포 수를 1100개까지 늘렸다. 현재 미스터 도넛 점포는 전 세계적으로 1만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

좋은 브랜드는 이름만으로 가치를 지닌다. 팬암은 1927년에 설립돼 1991년 자금난으로 파산신청을 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998년 길퍼드운송산업이 팬암을 인수, 이듬해부터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팬암 로고

브랜드명은 여기저기 팔려 의류 브랜드에 이름을 빌려주는가 하면 뉴잉글랜드 철도회사와 수하물 회사에도 브랜드명을 넘기기도 했다. 소니와는 드라마를 제작해 ABC 방송에서 2011년 동명의 드라마를 방영했다.

한 일본회사 역시 팬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내년 중 마케팅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브라이스 쿠퍼 팬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밝혔다.

호주의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는 원래 미국 할인매장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지난 1924년 시드니에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는 872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시가총액은 394억달러다.

브리스틀마이어스의 아이패나 치약은 콜게이트, 크레스트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1960년대 말부터 미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터키로 진출, 현재는 터키에서 가장 인기있는 치약 브랜드로 살아남았다.

A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팬암.

정보통신(IT) 업계에도 좀비 브랜드가 있다.

1999년 파일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며 음악감상과 공유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냅스터는 저작권 문제로 각종 소송전에 휘말려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8년 온라인 유통업체 베스트바이가 냅스터를 인수했고 지금은 동일한 이름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1년엔 랩소디 인터내셔널이 소프트웨어의 해외확장을 위해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 냅스터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롭 프랑켈은 “정말 좋은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이 부침을 겪고 부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은 좀비 브랜드의 탄생이 미국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블룸버그는 일부 소비자들이 오래된 브랜드에서 옛날의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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