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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치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달 7일 50대 남성이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하루 전인 6일에는 한 인기 연예인의 아버지가 치매 간병에 지쳐 부모를 숨지게 한 후 자살했다. 작년 2월에는 50대 아들이 80대 치매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했고, 5월에는 4년 동안 치매 아내를 돌봐온 80대 남성이 아내와 함께 목숨을 끊었다. 2012년에는 70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치매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인간성을 파괴하고 가정을 파탄내는 공포의 질병으로 자리잡았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는 암 다음으로 두려운 질병이며, 60대 이상에게는 암보다 더 두려운 질병이라고 한다.

더 두려운 사실은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공포의 질병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는 2006년 10만5337명에서 5년 뒤인 2011년 31만2077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2013년에는 57만6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4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41년에는 전체 인구의 4%에 해당하는 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환자 1인당 평균 치매기간은 8년으로 간병비가 무려 496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지난 6년간 진료인원이 9만3731명에서 28만898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총 진료비는 1869억원에서 9415억원으로 5배가 늘었다.

이처럼 치매는 가족에게 정신적인 고통은 물론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치매의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제 치매는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일은 싫든 좋든 피해갈 수 없는 국가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치매환자 중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이들은 17만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머지 40만명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7월 5만여명의 치매환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아직도 환자의 60% 이상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사각지대 환자를 죄다 민간보험에 내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노인요양보험제도를 통해 치매환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치매문제를 어느 정도라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치매환자에게 보험급여 혜택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재정추계와 함께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매환자를 위한 전문 요양시설과 전문 간병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다. 치매환자 가족의 2차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치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ㆍ보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치 중의 하나다.

오래 살기를 염원해 왔던 인간에게 장수는 분명히 축복이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뿐이다. 치매는 장수사회가 우리에게 안겨준 무거운 과업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민행복시대가 올 수도 있고, 국민불행시대가 올 수도 있다. 치매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다 강력하고 획기적인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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