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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테이퍼링 충격 차별화…TIPsㆍ멕시코 뜨고 터키ㆍ브라질 지고
미국의 돈줄 죄기에 휘청이던 신흥국의 위기 극복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1일 연방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과 대만, 멕시코, 필리핀 등은 선전하는 반면, 취약 5개국(터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부분 국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ed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경제 취약성에 근거해서 (국가별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도 “동남아시아 TIPs(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와 멕시코는 경제구조 개혁과 재정적자 축소,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가치 방어 등 정부의 선제대응으로 테이퍼링 위기론을 완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TIPs 예상밖 선전=TIPs 국가 중 필리핀은 테이퍼링 ‘태풍의 눈’이다. 필리핀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2%로 전년 6.8%를 능가했다. 이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내수 중심 경제도 잇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은 국내소비를 위축시키지만, 필리핀은 예외다. 필리핀의 경우, 해외 이주 노동자의 본국 송금 규모가 GDP의 10%에 달해 이들이 송금한 돈이 페소화로 환전되면서 가치가 올라가 자국내 가족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콜센터 등 아웃소싱 업무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산업으로 등극했다. 이같은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필리핀 증시는 지난해 20.12% 하락에서 올해 1.22% 플러스 전환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태국 바트화 가치는 지난해 버냉키 쇼크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들어서는 오히려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증시는 지난해 32.13% 폭락했으나 올들어 4.24% 반등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5.72%로 예상치를 웃돈 것이 높이 평가됐다. 태국 증시는 지난해 23.40% 떨어졌지만 올들어서는 0.47%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FT는 “이들 국가의 주가가 저평가된 것도 투자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태국 역시 PBR이 2년래 최저치를 보였다.

TIPs 이외에도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경제구조 개혁 선봉으로 평가받는다. 나지브 라자크 총리는 지난해 가을 소비세 도입 등 재정 개선책을 내세워 글로벌 자금 유출을 막아냈다.

또 멕시코는 지난해 12월 국영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석유개발에 외국자본 참여를 인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멕시코의 실질 GDP 증가율도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6% 성장했지만 올해는 3.9%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을 ‘Baa1’에서 ‘A3’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터키ㆍ브라질은 울상=반면, 터키와 브라질, 남아공은 테이퍼링 후폭풍에 맥을 못추고 있다.

터키의 경우,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신용등급은 ‘BB+’로 유지했다. S&P는 터키의 올해와 내년도 평균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3.4%보다 둔화된 것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4.5%에서 10%로 한번에 5.5%P 인상했지만 글로벌 자금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터키 증시는 올들어 5.53% 하락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도 각각 7.9%, 7.2% 빠졌다. 앞서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올 초 20% 이상 떨어져 신흥국 외환위기 불안감의 방아쇠를 당겼다.

취약 5개국은 정치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5개국 모두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고, 터키와 같은 일부 국가는 공직자 비리 스캔들로 총리 퇴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투자 보고서에서 “테이퍼링 취약 5개국(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가운데 특히 터키와 남아공, 브라질은 외부 여건에 취약한 상황이며, 최근 통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여전히 적정 가치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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