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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러시아의 맨얼굴
‘러시아’는 현재 러시아의 중심지역인 발트해 동남부 구릉지대를 이르는 옛 이름인 ‘루스(Rus)’와 지역을 나타내는 라틴어 접미사 ‘-ia’가 합쳐진 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남부 키에프 및 흑해 연안에 이르는 이 지역은 8~9세기 스웨덴계 바이킹이 모스크바강, 볼가강, 드네프르강 등을 경유해 남부 이슬람권과 교역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루스’가 슬라브어로 ‘배 젓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것은 이런 러시아의 기원과 관련이 깊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지역의 패권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았다. 13~14세기에는 200년 동안 ‘타타르(몽골인)의 멍에’라고 부르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으며, 몽골 지배에서 벗어난 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모스크바대공국을 설립해 ‘제3의 로마제국’으로 힘을 키웠다. 17~18세기엔 광활한 시베리아를 정복해 세계 최대 영토를 구축했고, 당시 표트르 1세가 발트해와 흑해를 장악하면서 광의의 유럽권에 편입됐다. 20세기엔 공산주의혁명 이후 미국과 양극체제를 형성하며 세계질서를 쥐락펴락했으나, 공산권 몰락 이후 현재는 전제주의 유산과 민주화 요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가 500억달러의 거금을 쏟아부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서 깊은 문화를 지닌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개막식에서 오륜기가 사륜기로 바뀌고 살인적인 물가, 치안불안, 칸막이 없는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게 현재 러시아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정치의 변화와 함께 삶과 문화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화려한 행사는 겉치레일 뿐이다. 벌써부터 후유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해준 디지털본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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