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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강주남> 日 군국주의 망령 부활, 일왕이 끊어라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일본의 히로히토는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원흉이다. 연합군에 패한 무솔리니는 처형돼 밀라노 광장에 거꾸로 매달렸다. 히틀러는 권총 자살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일본의 히로히토는 태평양 전쟁의 개전과 패전을 선언했던 인물이다. 일제침탈기 일본 천황(天皇ㆍ덴노)은 ‘살아있는 신’(神)으로 군림했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1868~1945년) 헌법에는 “대일본제국은 천황이 통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 천황이 아시아 약소국을 침탈하고,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이라는 결정적 증거인 셈이다.

히로히토는 1945년 8월 승전국인 미국의 맥아더 장군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히틀러나 무솔리나와 달리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여기에는 승전국 미국의 배려가 작용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 천황에 대한 면책이 점령 정책 수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미국은 1946년 1월 히로히토 천황에게 이른바 ‘인간선언’을 하게 했다. 전범으로 몰아 사형시키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신격을 부정하도록 하는 선에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로써 일본 천황은 살아 있는 신의 영역에서,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 ‘일왕’으로 강등됐다. 69년 전 미국의 이 같은 어정쩡한 전후 처리는 오늘날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고 있다.

‘강한 일본’을 기치로 재집권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버젓이 2차대전 A급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면서 ‘세계 평화’를 운운하고 있다.

일본 극우 인사의 망언도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급기야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천황의 복위를 꾀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아베가 임명한 일본 공영방송 NHK의 하세가와 경영위원은 작년 10월 우익인사 노무라 슈스케(野村秋介)의 사망 20주기 추도문에 “노무라 씨가 (자살 직전) ‘일왕 번영’을 외쳤을 때, 우리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적어 파문을 일으켰다.

아베의 중간평가격인 도쿄도지사 선거 압승으로 일본 열도를 뒤덮고 있는 우경화 집단 광기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날조된 역사 교육을 받은 일본의 20대마저 급진 우익 성향을 드러내고 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외치고 있는 아베는 “중ㆍ일 갈등이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섬뜩한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항의는 물론, 무서워하던 미국의 경고도 ‘쇠귀에 경읽기’다.

아베 폭주를 견제할 유일한 세력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상징’인 왕실뿐이다. 아버지 히로히토의 사망으로 1989년 일왕이 된 아키히토는 최근 팔순 생일 기자회견에서 “310만명의 일본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태평양 전쟁이 가장 아픈 기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이 또다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일왕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역사의 심판을 모면한 아버지 히로히토가 아시아 전쟁 위안부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다. 전범으로 단죄받지 않은 일본 천황의 원죄를 씻는 길이다. 

강주남 국제팀장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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