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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품격(창비)’은 조선시대 주류 문화인 한시를 통해 당대의 지식인 사화외 문화를 읽어낸다. 저자인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혼시가 조선 지식인 사회를 비추는 맑은 거울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고상한 듯 보이는 한시의 세계뿐만 아니라 한시와 더불어 살아가던 이들이 일으킨 잡음까지 포착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옛것을 인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문화에서 표절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자존심을 건 문인들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됐는지, 날선 비평의 세계에서 한시가 어떻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전해지는지 등 조선 지식인 문화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춘다.
“우연히 발견한 시 한 구절에 김부식의 눈이 번쩍 뜨였다. 유리처럼 빛나는 저 글자들의 이미지는 범상한 솜씨가 아니었다. 누구의 시인가 봤더니, 과연 정지상의 것이었다.(……) 김부식은 이 시구절을 달라고 정지상에게 부탁했다. 당연히 정지상은 거절했다.(……) 이 일 때문에 입었던 상처를 고스란히 가슴에 담아두었던 김부식은, 훗날 묘청의 난이 일어났을 때 정지상을 그 사건에 연루시켜 처형하였다고 한다.”(135~137쪽)
또한 저자는 한시를 양반만의 전유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자는 사대부의 시뿐만 아니라 속세를 벗어난 승려의 시 그리고 신분적 불평등을 문학으로 승화한 중인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살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옛사람이 시를 보는 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시의 세계가 오늘날 우리 삶의 풍경과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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