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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아 코끼리와 그들을 길러낸 인간의 아름다운 교감의 기록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아프리카 고아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감동적인 교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저자 대프니 셀드릭은 코끼리 신생아를 인공수유로 키우는 데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다. 저자는 케냐의 풍부하고 다양한 야생동물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에 걸친 관찰 끝에 올바른 사육법과 우유 조제법을 완성했다. 저자의 선구적인 노력은 수많은 코끼리와 코뿔소를 비롯해 많은 동물을 죽음에서 구해냈으며, 횡행한 밀렵으로 거의 절멸 상태에 내몰린 검은코뿔소의 멸종 위기를 막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동물 고아들과의 쌓은 놀라운 관계들을 이야기한다. 촉촉한 눈망울의 영양 부시, 작은 난쟁이 몽구스 리키ㆍ티키ㆍ타비, 부지런한 소길쌈새 그레고리 펙, 장난꾸러기 얼룩말 후페티, 그리고 저자와 40년이 넘는 진한 우정을 쌓아온 거대한 코끼리 엘리너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그 주인공이다.

또한 이 책은 저자와 차보 국립공원의 관리소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셸드릭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다방면에서 성과를 이루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셸드릭 야생동물 트러스트를 설립해 나이로비 국립공원 내에 고아 탁아소를 세워 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사람의 깊고 열정적인 사랑과 자연에 대한 데이비드의 탁월한 통찰, 그리고 그의 때 이른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다.

“코끼리가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았다. 두 귀를 아프리카 지도 모양으로 펼친 채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윽고 커다란 한 발을 들어 올리더니, 살짝살짝 건드리며 내 몸 전체를 느끼기 시작했다. 커다란 두 귀를 거대한 머리와 직각으로 세운 채, 길고 날카로운 두 엄니 끝에서 한 뼘 남짓 거리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나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코끼리가 나를 죽일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았다. 코끼리들은 항상 발 딛는 위치를 신중하게 고르고 함부로 동물을 짓밟지 않는다. 만약 죽일 마음이 있으면, 무릎을 꿇고 코 윗부분과 이마를 사용한다.”(11쪽)

매년 5월 22일은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우리는 매년 그날 다양한 동물 종이 사라지고 있음을 숫자로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지구의 정당한 거주민으로 살아가야 할 다른 동물들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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