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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殺하는 시대…몸살앓는 우리
성곡미술관 몸 · 살展
‘몸살’은 ‘몹시 피곤해서 나는 병’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열과 오한, 근육통을 동반하는 몸살은 혹시 ‘몸殺’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괴롭다. 건강할 때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육체가 순식간에 ‘미친 존재감’을 띠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조건인 신체, 즉 몸에 대한 태도는 이토록 가변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몸은 성형수술, 지방흡입, 다이어트의 대상이다. 또 우리의 ‘몸’은 가끔 영혼과 동떨어져 핍박받거나 방치될 때가 있다.

현대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가 ‘몸’에 대한 잘못된 태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화두를 던지는 전시가 열린다. 성곡미술관의 재기 넘치는 신진 큐레이터들이 준비한 ‘몸·살/momsal/’전이다. 한국 작가 신제헌, 이선행, 이승훈, 흑표범과 중국의 추이쉬엔지, 이스라엘의 시갈릿 란다우(Sigalit LANDAU)가 참여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들은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신제헌과 추이쉬엔지는 역사와 기억,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역사적 인물을 끌어들여 풀어냈다. 신제헌은 아돌프 히틀러, 데미안 허스트 조각에 껌종이 은박지를 덧붙였다. 무거운 역사성을 지닌 유명인이 순식간에 가벼운 풍선껌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추이쉬엔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중국 사회주의사상에 의문을 표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사진을 도상화하고, 한자인듯 하지만 뜻을 알 수 없이 흘러내린 글자들을 써 내려갔다. 조선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사상의 혼란이 혼재된 상태를 보여준다.

흑표범 ‘거인’, 디지털프린트, 150×100㎝, 2013.                                               [사진제공=성곡미술관]

흑표범과 이선행은 치유로 ‘몸’에 집중한다. 흑표범 작가는 외설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오의 목욕’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옛 전남도청 분수대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에 과녁을, 그리고 천천히 닦아내는 과정을 통해 5ㆍ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일종의 치유의식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사진작업으로 상품과 치유를 넘나드는 ‘몸’에 대해 다뤘다. 이승훈은 성형수술 전 각종 수술기호가 가득한 얼굴을 사진으로 담았다. 불안한 눈빛부터 기대감에 찬 표정까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다. 뼈 깎는 소리ㆍ드릴ㆍ망치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영상은 수술실에서 찍은 사진과 어우러져 섬뜩하기까지 하다. 전시는 4월 6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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