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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관계 개선 위해 ‘밀고 당기기’ 나선 美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최근 한국과 일본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이른바 ‘밀고 당기기’에 가깝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대외 관계의 핵심 근간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며 전략적 이익 챙기기에 나섰다.

최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과거사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한ㆍ일 양국이 관계개선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곧 고위급 접촉을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만남이 확정되기도 전에 제3자인 미국이 환영의사를 먼저 밝히고 나선 것은 역으로 “이번에는 한국도 고위급 대화에 나서라”는 압력이다. 최근 미국이 일본에 대해 “실망했다”며 압박을 가해 왔지만 미국의 우려가 과거사 문제 자체보다 그로 인한 한ㆍ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압박의 화살을 언제든 한국에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역시 이번주 후반 한국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일정은 일본을 길들이기 위한 ‘회초리’다. 지난달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대신과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의 연이은 방문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방문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케리 장관은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대신 “한일 양국의 긴장은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며 “아베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며 따져 물었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일본이 그만큼 미국의 입장 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만 제외한 한국과 중국만 들르거나 양국 중 하나만 들를 경우, 아베 정부의 우경화의 든든한 뒷배경이 돼 온 미일 동맹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돌출행동이 한ㆍ미ㆍ일 3각 공조체제를 흐트러뜨리고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해 미국이 원하지 않는 시점과 방식으로 미ㆍ중 갈등을 야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으로선 한일 관계 개선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 굳이 일본이 원하는 답을 미리 던져줄 필요가 없는 셈이다.

11월 중간선거까지 국내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는 오바마 행정부로선 대외정세 안정이 중요한 만큼 한일 관계 안정을 위한 압박은 한일 양국 모두에 대해 점차 강도를 더해 갈 것으로 보인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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