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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세를 위한 디자인은 어떻게 다르나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동그란 문고리와 가로로 길쭉한 문고리가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어떤 문고리를 선호할까. 큰 숫자패드를 자랑하는 문자와 전화만 되는 간단하고 편리해 보이는 시니어 폰은 왜 인기가 없을까. 노인들은 어떤 청바지를 입을까.

이에 대한 답이 아리송하다면, 정말 ‘노인’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결국 노인이 되지만 정작 지금 노인인 세대도, 앞으로 노인이 될 세대도 ‘노인의 삶’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다.

호모 헌드레드(Homo Houndred). 유엔이 2009년 ‘ 세계 인구 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정의한 새로운 인간이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 됐다는 의미의 ‘100세 시대’를 말한다. 한국도 2030년이면 초고령화 사회(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진입한다. 80세 시대를 준비하는데도 벅찬 우리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100세 시대를 위한 디자인’ 세미나를 열고 디자인적 솔루션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고령화사회 논의는 80세 수명을 가정하고, 대부분 경제적ㆍ일자리ㆍ보건복지 측면에 집중했다. 사회 인프라와 시스템이 80~100세 노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고령자의 일상생활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토론자와 발제자들은 디자인의 역할은 이곳에서 시작되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 공간, 커뮤니티, 서비스가 새롭게 디자인 돼야 한다고 봤다.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실질적 사례를 바탕으로 제언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노인’에 대한 무지함을 지적하며 ‘소통’을 화두로 꼽았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100세 시대를 위한 디자인`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먼저, 노인들도 늙은이 대접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한다고 봤다. 실버 타깃 상품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바로 그 지점이다. 약해진 신체기능에 맞춘 기능성만 강조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당장 사용하기 편한 시니어폰보다 글자도 작고 사용하기 까다로운 스마트폰으로 손자들과 ‘카톡’ 하고 싶은 것이 지금 한국의 노인이다. 기능성과 감성에 동시 소구하며, 노인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디자인이 오히려 실버상품으로 경쟁력이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노인이 사회적 약자의 대표적 집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교통시설엔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야외공간ㆍ건물엔 사회적 약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 수정이 필요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도 더 걸리기에 교통 시스템의 조정은 물론 계단의 높이도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커뮤니티디자인의 수혜자는 노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해당된다.

서비스디자인은 사회참여의 기회 확대, 세대간 공생을 통한 사회적 소외를 예방하는 것에 집중한다. 고령자의 사회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ㆍ여가ㆍ생산 활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ㆍ보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노인’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출현한 연령집단이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그 본격적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 능력만 떨어질 뿐, 정신적 능력은 경험과 연륜이 더해져 최고조에 이르기에 정치ㆍ경제ㆍ사회ㆍ기술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교육-경제활동-은퇴(여가활동)로 이어지는 라이프 서클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걸쳐 노동, 여가, 교육이 혼재되는 양상으로 바뀐다. 이에 경제적 측면만 집중된 은퇴플랜보다 라이프플랜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결국 100세 시대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노인을 위한 특정 디자인 결과물이 아닌, 노년 생활에 대한 오래된 관념을 깨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시민디자인연구소 신윤재 팀장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은 마이너스 1세부터 100세 이상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확대된 개념의 디자인이 요구된다”며 “현장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반영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디자인 정책사업을 발굴 할 것”이라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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