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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 유적지 · 천년고도 경주·안동 하회마을…한국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찾아서
입춘이 지났다. 열흘 뒤부턴 거제 구조라엔 봄꽃이 필텐데…. 시나브로 봄 오는 소리에 잠자던 여행 본능이 되살아나는 때다. 막상 어디로 갈지 고민스럽다면 유네스코 지정 한국의 세계유산을 둘러보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인정받은 유산이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 줄타기, 김장문화, 동의보감, 난중일기, 5ㆍ18과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을 세계유산으로 흔쾌히 채택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나라 간 역사의 이해는 평화의 기반’임을 강조한 터라,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것은 문화유산 10건, 자연유산 1건, 무형유산 16건, 기록유산 11건이다. 등재 예비목록에도 ‘한식과 한식문화’ 등 16건이 올려져 있다. 5일엔 제주해녀문화와 농악의 세계유산 신청서 작성을 위한 민ㆍ관 전문가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세계인의 것이 된 마당에 우리 것을 우리가 못 봤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다. 음식도, 볼거리도, 놀이도 모두 세계 유산이고 놀며 배우니 종합선물세트 같은 여행이다.

해인사 대장경판, 종묘, 경주유적, 창덕궁, 화성,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도 좋고 단오제, 처용무, 택견, 아리랑, 훈민정음, 난중일기가 만들어진 유적지 탐방도 괜찮겠다.

특히 다른 곳에 비해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던 고인돌 유적에서는 신선함을 느끼고,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양파’같은 경주에서는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에 버금가는 서라벌의 찬란한 옛 풍경을 상상하는 흥미로움을 느낄 것이다. “아는 만큼 즐겁다”는 여행의 기본수칙에 충실한다면 금상첨화겠다.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유적=거대한 석조물이 밀집된 고인돌 유적은 2000∼3000년 전의 무덤과 장례의식 기념물이다. 선사시대 문화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으며 당시의 기술과 사회현상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다. 청동기시대 무덤 양식인 고인돌은 동북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데, 우리나라가 중심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엔 약 3만여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며, 이 중 2000년 12월에 세계유산(문화)으로 등록된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은 밀집분포도, 형식의 다양성으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40ㆍ50대 부모라면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를 쓴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만화 몇 컷을 복사해서 유머를 곁들여 자녀들에게 설명해 줘도 흥미롭겠다. 고인돌을 통해 당시 사회구조, 정치체계, 정신세계까지 엿볼 수 있다.

강화 부근리 고인돌
고창 고인돌(지상석곽식)

고창 고인돌 유적은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죽림리와 도산리, 아산면 상갑리 일대의 유적으로 죽림리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 약 1764m 범위에 447기가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인돌 군집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10t 미만에서 300t에 이르는 탁자식, 바둑판식, 지상석곽식 등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공존한다.

화순 고인돌은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의 계곡을 따라 약 10㎞에 걸쳐 500여기의 고인돌이 군집을 이룬다. 특히 고인돌의 축조과정을 보여주는 채석장이 발견돼 당시의 석재 기술, 축조와 운반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강화 고인돌은 고려산 기슭을 따라 150여기가 분포한다. 길이 6.4m, 높이 2.5m의 국내 최대 탁자식 고인돌을 볼 수 있다.


▶난중일기 한산섬=경남 통영시를 비롯한 한려수도에는 문화유산과 함께 봄을 전령을 가장 먼저 맞을 수 있는 곳이다. 통영시 한산섬은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의 고향으로 3월 동백이 유명하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산모시는 한산섬과 다르다. 한산모시는 충남 서천에 있다. 통영 인근 거제 구조라엔 2월 하순이면 매화꽃이 활짝 핀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집필한 곳은 경남 산청과 서울 양천 두 곳이다. ‘동양의약 메카’로 거듭나고 있는 산청에 가기 전에 강서구 허준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좋다.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의 고향은 운봉·구례·순창·홍덕(이상 동편제), 광주·나주·보성·강진·해남(이상 서편제) 등지로 고창에 가면 판소리박물관이 있다. 1993년작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감상한 뒤 떠나면 서정 짙은 여행이 되겠다.

경주 용장사지 삼층석탑

▶경주, 그리고 안동=2000년 12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경주는 10번을 가도 늘 새롭다. ‘지붕 없는 박물관’ 남산을 다 둘러보는 데도 하루가 부족하다.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을 비롯한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능원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경 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의 52개 지정문화재가 세계유산이다.

월성지구의 왕궁, 황남리 고분군, 멀리서 보면 피라미드 같은 노동리 고분군, 어마어마한 규모의 황룡사 지구 등 발 디딘 곳이 모두 유적이다. 그래서 사전학습은 필수다. 워낙 유적들이 많아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면 지구별로 또는 호국, 스토리 등 테마형으로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경주 분황사석탑
경주 안압지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은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에서 형상강을 따라 동북쪽으로 16km에 위치하고 있으며,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위치(穴자 형상의 위치)에 배치된 주요 건물들은 모두 보물(무첨당 등 3건)과 중요민속자료(수졸당 등 11건)로 지정되어 있다.

양동마을과 같은 날 세계유산이 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오던 전형적인 집성촌으로 한국 전통가옥의 미가 살아 숨쉬는 마을이다. 조선시대 유교 교육의 중심지답게 유교적 삶의 양식과 전통문화를 현재까지 잘 계승하고 있다. 양반의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과 서원건축의 백미인 병산서원과 같은 옛 건축물들은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하회마을 옥연정사

멀리 가지 못할 형편이라면, 가장 자연친화적인 궁궐 창덕궁이나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문정왕후가 왜 남편 중종과 함께 묻히지 못하고 죽어서도 태릉에서 독수공방하게 됐는지 등 왕릉에 얽힌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도 의미있는 탐방이 되겠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강진 도요지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온달산성 등 중부내륙산성군 ▷남한산성 ▷익산 역사유적지구 ▷염전 ▷반구대 등 암각화 ▷낙안읍성 ▷외암마을 ▷서원 ▷한양도성 ▷김해ㆍ함안 가야고분군 ▷설악산 ▷공룡화석지 ▷갯벌 ▷우포늪 ▷한국의 전통산사 ▷고령 고분군 등도 테마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박은혜 기자/grace@heraldcorp.com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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