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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적 인플레…딸아이에 헌신발 사주는 아르헨 아빠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딸애에게 남이 쓰던 신발을 사준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아십니까?”

8살 난 딸 생일에 40페소(약 5000원)짜리 중고 신발 밖에 사줄 수 없는 호르헤 콘트레라(29)씨. 그는 신발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새신발은 비싸고 현금은 가진 게 없다”며 결국 중고품을 산다.

아르헨티나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물가는 빠르게 치솟고 구매력은 하락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달러대비 페소화는 22% 올랐고 화폐가치는 급락했다. 이른바 ‘아르헨티나 쇼크’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신흥국 금융시장만큼이나 아르헨티나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소화는 169개 각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달러표시 국채는 15%가 빠져나갔다. 신용부도스왑(CDS) 금리 역시 11.7% 포인트 올라 28.2%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의 부도가능성이 87%로 전세계 최고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난해 연간 인플레이션은 10.9%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한 전망이었으나 소비자 물가가 다소 과소계상됐다는 지적도 있으며 오는 3월에 수정 전망될 예정이다.

컨설팅 업체인 엘립시스의 루치아노 코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 인플레이션은 전달 3.5%보다 크게 상승한 6%였으며 이달엔 4%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 경제는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우유부터 설탕, 맥주에 이르는 상품들이 언제나 정찰제 구매가 가능한 건 아니라고 전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정찰제로 파는 상품이 1개 뿐이었고 점포마다 가격이 33%까지 차이가 나는 제품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가 점차 악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은 기름값을 인상했다. 급기야 정부는 국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회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회사 측은 통화 약세로 인한 원유 가격 인상이라며 기소를 거부했다.

정부는 달러화 보유 제한 완화 등 일부 통화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 인상이란 특단의 조치를 내렸으나 아직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1년 선출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하고 있다. 설문조사 업체 M&F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은 지난해 12월 29.4%에서 58.4%로 크게 늘어났다.

임금 인하 시도도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23개주 중 절반에 이르는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노동조합은 3월 임금협상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3000페소 우선 지급 및 30%의 봉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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