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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저 끝? 촉각 곤두세우는 일본쇼핑족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직장인 김은성(31)씨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지난달 홋카이도산 로이스초콜릿 7상자를 일본 온라인쇼핑몰 라쿠텐(Rakuten)에서 구매했다. 생초콜릿 20개가 든 제품이 한국에서는 1만8000원이지만 라쿠텐에서는 693엔이면 살 수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7400원 정도로 절반가격에도 못 미친다. 김씨는 “엔저로 일본 제품 가격이 싸지면서 지인들 부탁까지 받아 여러개 샀다”며 “최근 엔화가 오르고 있다지만 아직 한국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도 엔저(円低)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쇼핑족(族)’이 신났다. 일본으로 훌쩍 떠나 쇼핑을 즐기고 안방에서 일본 쇼핑몰을 클릭하며 직접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신흥국 불안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엔화가 다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엔저로 인한 쇼핑혜택은 누려볼 만하다.

먼저 환율에 촉각을 곤두세운 곳은 엔저효과를 톡톡히 본 여행업계다. 지난해 연말 원/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졌을때와 비교하면 최근 1070원 수준은 급등한 것이지만 아직 엔고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도 여행업계는 일본 여행 특수를 누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과 첫 날인 지난달 29~30일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는 노선의 예약률은 89%로 전 노선 평균 예약률 85%를 크게 웃돌았다.

하나투어도 지난달 일본 여행을 다녀온 고객이 3만9000여명으로 작년동기보다 12% 늘어났다. 2월 예약도 작년 동월 대비 10% 신장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저가 항공편이 늘면서 일본 여행객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며 “방사능 우려가 어느 정도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여행을 가는 이들 사이에서 최근 떠오르는 쇼핑 아이템은 애플사의 아이패드다.

가전양판점 빅카메라에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32G는 5만1800엔으로 외국인 5% 할인 등이 적용되면 5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한국 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이 상품의 가격은 62만원. 이에 아이패드 제품을 구매대행해주는 곳도 많다.

지난달 일본여행을 다녀온 정지현(35)씨는 “평소 ‘휴족시간(발·다리 전용 쿨링 시트 )’ 같은 저렴한 생활용품을 많이 샀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평소 갖고싶어하던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구입했다”며 “2년전 여행왔을때 1400원 정도 하던 환율과 비교하면 1000원대 환율은 음식 사먹는것부터 부담이 확실히 덜하다”고 전했다.

일본 직구족도 엔저 이슈가 지속된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중이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지난해 일본 배송 대행 건수가 4만1000여건으로 전년 동기 2만여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4분기에 5200건이던 배송대행 건수는 지난해 4분기에는 1만1000여건으로 껑충 뛰었다. 방사능 사태 여파로 직구 품목에는 다소 변화가 생겼지만 전체적인 증가 추이를 꺾지는 못한 것이다.

몰테일이 분석한 일본 직구 물품을 보면 2012년에는 서적및인쇄물(31%), 의류(26%)에 이어 완구(13%)가 3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의류(45%)로 1위로 올라서고 완구는 아예 주요품목에서 사라졌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내 아이가 쓸 유아용품은 일본제품을 꺼리지만 다른 제품군에 대한 선호는 여전한 셈이다.

황순훈 코리아센터닷컴 일본마켓팀 팀장은 “지난해 일본 직구 증가는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엔저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올해 일본 내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엔저가 지속되면서 배송대행 건수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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