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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의 작가 박노해
펜대신 카메라들고 15년간 6國
‘다른 길’ 사진전서 120점 선봬
“순수의 땅 아시아서 길을 찾다”


100만부가 넘게 팔린 시집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가 또다시 사진전을 연다.

저항시인에서 지구촌 오지를 유랑하는 방랑자로 변신한 그는 5일부터 ‘다른 길’이라는 타이틀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사진전을 연다. 그의 사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시인이자 노동운동가였던 박노해는 암울했던 1980년대 이 땅을 흔든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던 그는 자유의 몸이 된 후로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스스로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곤 낡은 흑백카메라와 만년필 한 자루를 들고 15년간 오지를 누볐다.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이번 사진전은 아시아가 주무대다.

‘인류 정신의 지붕’인 티베트에서부터 과거 천국으로 불렸으나 지옥의 땅이 된 파키스탄, 두 얼굴을 지닌 인도 그리고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까지 총 6개국을 누비며 찍은 7만컷 중 흑백 아날로그 사진 120점을 선보인다. 

‘파슈툰 소년의 눈동자’ Drosh, Khyber Pakhtunkhwa,
Pakistan, 2011

출품작은 ‘역광’과 ‘절제된 빛’을 특징으로 한다. 사진을 ‘기다림과 인내의 미학’이라고 믿는 시인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존재를 역광으로 촬영함으로써 감동을 배가시킨다.

시인은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지만 가장 인간성이 쇠약해진 시대, 나 자신과 가장 멀어진 시대”라며 “따라서 문명 전환이 필요한데, 나는 ‘순환 순수 순명’의 땅 아시아에서 그 길을 찾았다”고 했다.

박노해는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아시아 토박이마을로 들어가 마지막 남은 희망의 종자를 채취하듯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그의 사진 속 아시아는 ‘눈물의 땅’도, 신비화한 ‘오리엔탈 아시아’도 아니다. 척박한 역사를 품고 정직한 절망 끝에 길어올린 ‘희망의 삶’이 담겨 있다.

가파른 산동네 마을을 항아리를 이고 사뿐사뿐 오르는 인도 여인, 라오스 깊은 산속에서 만난 순정한 눈망울의 어린이들, 손수 지은 아담한 흙집에서 전통차를 끓이며 언 몸을 녹이는 파키스탄 가족들, 미얀마의 인레 호수에서 작은 조각배에 의지한 채 고기잡이하는 어부 등이 렌즈에 포착됐다.

시인은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진실을 담는 데 사진만큼 좋은 게 없다”며 “사진전 수익금은 ‘사진 속 주인공’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작품전에 발맞춰 사진에세이 ‘다른 길’도 펴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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