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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그럼 무얼 부르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박솔뫼 작가가 첫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자음과모음)’를 출간했다.

박 작가는 지난 2009년 장편소설 ‘을’로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경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장편과 단편을 오가며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한 박 작가는 제4회 웹진문지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평단의 기대를 모아왔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그럼 무얼 부르지’를 비롯해 작가가 등단 직후인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소설 7편이 실렸다. ‘그럼 무얼 부르지’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미체험 세대의 솔직한 역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소설로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모임과 교토의 바에서 ‘나’는 우연히 ‘5월 광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샌프란시스코와 교토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광주는 명확하게 인지되는 듯 보였지만,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60년대 남미의 이야기’처럼 ‘아일랜드의 피의 일요일’을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작가의 태도는 역사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체념적으로 수긍한다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역사성의 존재를 분명하게 자각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나는 3년 정도의 시간은 하나로 볼 수 있으며 3년 전은 3년 후의 시선으로 볼 수 있으며 그러므로 나는 모든 시제를 지울 수 있으며 그렇게 볼 수 있는 시간들은 점점 늘어나지만 나의 시선은 김남주가 이야기한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에는 가닿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건 좀 신기할 수도 있지만 실은 당연한 이야기다. 확실한 이야기이다. 어떤 같은 밤들이 자꾸만 포개지는 나의 시간 속에서도 말이다. 몇 번 의 5월의 밤이 포개지는 나의 시간 속에서도 말이다.”(167쪽)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과격하게 해체적이거나 파괴적이지는 않으면서도 오히려 무정부주의적인 반항보다도 더 불온한 방식으로 문법적 규범을 이탈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문체야말로 박솔뫼 소설의 시선과 구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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