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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4년 말띠 아베의 좌충우돌에 박 대통령, 오바마는 골머리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1954년 말띠생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터무니없는 역사인식과 우경화로 동북아를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작년 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촉발된 ‘아베 발(發)’ 역내 긴장은 장르를 다양화하며 점증하는 형국이다. 아베 총리는 독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구) 열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위안부도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 ‘고삐 풀린 말’과 같은 아베 총리의 폭주는 미ㆍ일, 한ㆍ일간 정상외교도 안갯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도발은 다층적이고 계산적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ㆍ일간 핵무기 반입 밀약이 있음을 자민당 출신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인정했다. 미국이 일본 측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일본으로 들일 수 있도록 한 밀약이 있다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밝힌 것. 그는 “정부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발언은 그가 지난달 1일 발표한 연두소감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밝힌 것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전후 평화헌법의 핵심조항인 헌법 제9조를 개정, 자위대의 명칭을 국방군으로 바꿔 정식 군대화하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하는 아베식 ‘침략의 정의’도 주변국을 아연실색케 한다. 그는 지난해 4월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국가 간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전범국으로 낙인찍힌 일본을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무라야마 담화(1995년ㆍ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 사죄)를 거론하며 “21세를 맞았고, 앞으로 2년 후면 전후 70년인 만큼 이에 부합하는 전후(戰後) 일본의 족적과 앞으로 걸어야 할 길도 포함한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으로 옮아간다. 일본 측은 오바마 대통령 모시기 외교전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으로 2박 3일간 머물 것을 요청한 걸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뒤엉킨 듯한 미ㆍ일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일본이 준비하는 카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국은 이달 말께 확정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엔 발등의 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만 들르고 한국에 오지 않을 경우 동북아 외교전에서 코너에 몰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연구원 등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오바마 정부 2기의 첫 아시아 순방에서 핵심 동맹인 일본과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또 다른 핵심 동맹국인 한국을 건너뛰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순방 일정에 한국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며 한국을 제외한 순방이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순방은 동남아 국가 방문이 주된 일정”이라며 “한국을 찾을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지만 여러가지로 진행중인 상태인 것 같다”고 밝혀 ‘오바마 모시기’ 경쟁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폭주 속 한ㆍ일 정상회담 개최도 관심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한ㆍ일 정상회담 대해 “외교는 항상 물 밑에 오리발 아니겠냐”며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태까지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 “한ㆍ일 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 하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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