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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솟는 유가 ‘보조금’ 딜레마
정부 개입땐 재정 악화 ‘수렁’
손 놓을땐 물가상승 압박 가중


통화가치 급락에 맞서 깜짝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던 신흥국들이 이번엔 원유수입 보조금 지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 각국 통화대비 원유 수입가격 최고치=지난 1년 간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26%, 인도 루피화는 20% 정도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도 30% 가까이 평가절하됐으며 남아공 랜드화도 26% 폭락했다.

이같은 통화가치 하락은 원유 수입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남아공 정부는 브렌트유 가격이 사상 최고인 1210랜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터키도 원유 수입 비용이 지난해 4월 이후 40% 올랐다고 밝혔다. 터키의 경우 원유 수입이 경상적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스탠다드은행의 월터 드 웻은 “신흥국 국민들은 교통과 식료품 소비 비중이 높고, 높은 연료 가격은 기타 다른 지출 항목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인도에선 정부가 경유 가격을 인상하자 산업용 연료 소비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원유 수입량을 줄이기보다 보조금 지급으로 공급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는 올해 에너지 보조금 예산을 11% 인상하기도 했다.


▶취약 5개국의 딜레마… 보조금 지급이냐 재정악화냐=3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취약 5개국이 원유 수입 보조금 지급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원유 수입 가격 인상을 그대로 둘 경우, 물가 상승은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보조금을 통해 가격 인상을 막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정부 재정 악화를 경험해야 한다.

컨설팅 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 하락과 원유 수입비용 인상은 신흥국의 에너지 집약적 성장구조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산업화가 완료된 선진국 석유기업들은 에너지를 선점하며 가격안정을 조절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화가 진행된 상태다. 반면 신흥국에서 석유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고 이들은 높은 수준의 수입 물량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원유 수입량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FT에 따르면 인도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2010년 280만배럴에서 380만배럴로 크게 늘어났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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