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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화가(안윤모)와 새내기 예술기획가(김지민)의 ‘아름다운 협주’
[헤럴드경제(안성)=민상식 기자]“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가수 윤도현의 노래 ‘나는 나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경기 안성시 한 마을에 위치한 안윤모(52) 작가의 작업실에는 이 노래처럼 자유롭게 나는 ‘나비’들이 가득하다. 안 작가는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미술로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비를 주제로 다룬 작품을 만들어 왔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고운 날갯짓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며 나비를 소재로 한 것이다.

이 아이들과 수 년간 함께 해온 국내 전시회를 끝내고 월드투어 전시회를 준비 중인 안 작가의 곁에는 ‘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Art creative director)’인 김지민(30) 트리플에이 대표가 있다. 오는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발달장애 청소년의 ‘나비가 되다’ 전시회를 위해 김 대표는 후원 기업을 찾는 등 안 작가를 돕는 데 열의를 쏟고 있다. 화가와 예술기획가의 아름다운 협주, 나눔이라는 악기를 기반으로 이들이 연주하는 곡이다.

화가와 예술기획가가 뭉쳤다. 화가는 미술을 통해 발달장애 청소년이 날 수 있게 끔 해주고, 예술기획가는 화가의 전시회 등 모든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눔 종착지를 향한 협연이자 아름다운 하모니다. 안윤모(왼쪽부터) 작가와 김지민 대표, 계인호 군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미술로 소통하는 중견 화가=수 십차례 전시회를 연 중견화가인 안 작가는 발달장애 청소년 등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수년간 그림으로 소통해 왔다. 최근 계인호 군 등 발달장애 청소년 5명, 인도네시아 발달장애 아이들 28명, 복지관 등의 장애인 100여명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안 작가는 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2011년 6월 첫 전시회를 연 이후 지금까지 15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과 작업을 하는 조각가 자크 지라지(Jacques Jarrigeㆍ52)와 공동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원래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2010년 우연히 본 발달장애 아이들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는 전국 투어를 시작하게 됐죠.”

발달장애 아이들은 평소 자신의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일반인과 소통이 힘들다. 이에 안 작가는 아이들 어머니들과 그림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왔다.

“한달에 한번 아이들, 어머니들과 모여 작품에 대해 토론을 해요. 하고싶은 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치료과정이기 때문에 아이들 그림에는 손을 대지 않아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언만 해줄 뿐이죠.”

안 작가는 특히 나비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전세계를 돌면서 나비 설치작업을 ‘나비효과’로 보여줄 생각이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움직임이 전 세계를 돌면서 큰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믿고 있어요. 나비가 이쪽, 저쪽 나라로 날아다니며 가는 곳곳마다 유사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와 그 부모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는 3월 열리는 안 작가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나비가 되다’ 뉴욕 전시회는 장애 아이들의 그림 2000점과 안 작가의 회화작품ㆍ사진 등이 전시된다. “미국에서 현지 장애 청소년과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예요. 이어 유럽에서 전시회를 열면 그곳의 발달장애 청소년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세계 각지의 장애 아이들을 만나는 여행을 할겁니다.”

▶예술가ㆍ문화 소외계층 지원하는 새내기 예술기획가=‘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불리는 김지민 대표는 예술가이며 동시에 예술교육가다. 자신이 직접 공연을 제작하고, 예술가에게는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자 역할을 한다. 또 문화 소외계층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입시 공부만 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때 우연히 연극 한 편을 보고 진로를 바꿨어요. 이후 2004년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죠. 학교를 다니면서도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는 것보다 오히려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문화재단 연극 분야 전문예술교육가로 활동했다. 10개 학교 총 200명의 돌봄교실 아이들에게 연극 등을 가르치는 통화문화예술 교육을 했다.

또 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소 책임 연구원으로 2008년 말부터 2013년까지 5년간 65세 이상 어르신이 직접 배우가 되는 연극을 만드는 것을 돕기도 했다. 이 공연에는 연간 20명씩 총 1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통합문화예술교육단체 ‘트리플에이(Tree Plus Arts의 줄임말)’를 설립했다. 나무처럼 예술을 위해서 자라나기를 바라면서 단체 이름을 그렇게 정했다.

트리플에이는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 등을 통해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공모사업을 지원하고, 이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문화예술 소외계층에게 보여주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목표로 한다.

“문화예술 교육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문화 예술적으로 소외된 저소득층 아이들, 어르신, 장애인들을 만났어요. 이들과 함께 하는 보람이 커서 교육가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됐죠. 그러다 많은 예술가들이 좁은 예술 시장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술가와 문화 소외계층을 동시에 도울 수 있는 이 단체를 만들게 됐죠.”

▶둘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협업)=국내투어 전시회를 끝낸 뒤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안 작가에게는 코 앞에 닥친 일이 너무 많았다. 뉴욕 전시회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비용까지 만만치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김 대표가 월드투어 후원 사업 등을 지원하게 됐다.

“안 작가에게는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기획을 하고 후원자를 찾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예요. 그래서 제가 월드투어 홍보를 하고 후원기업을 찾는 등 안 작가가 예술에 전념할 수 있게 돕기로 했어요. 이게 바로 예술기획가로서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발달장애 친구들의 월드투어 프로젝트 ‘나비가 되다’는 오는 3월 3일부터 4월 16일까지 뉴욕 베레레 굿맨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후 몇번의 전시회와 워크숍을 개최한 뒤 9월부터는 유럽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현재 김 대표와 안 작가는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뉴욕 전시회에 가고, 이같은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기 위해 후원기업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의 소망은 소박하지만 크다.

“발달장애 청소년과 함께 하는 전시회를 후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비가 되다’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요. 한국에서 시작한 나비효과가 전세계로 퍼지는 거죠.”

(후원 문의 e-메일 주소는 treeplusa@treeplusa.com)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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