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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30대 두 작가,해외에서 왜 인기 높을까?.. 서울서 만나는 지용호와 안성하
이 두 젊은 작가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다. 미국및 유럽, 아시아에서의 전시와 아트페어, 경매에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느라 숨가쁘게 달려왔다. ‘타이어 조각가’ 지용호(36)와 ‘담배,사탕의 화가‘ 안성하(37)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바람에 정작 국내에선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두 작가가 오랫만에 서울서 개인전을 연다.

데뷔 이래 타이트한 해외일정을 소화해온 지용호와 안성하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나란히 작품전을 개막했다. 홍익대 선후배 사이인 두작가는 국내에선 “소재와 형상이 너무 세다“ ”담배꽁초가 테마라니 납득이 안간다"는 평을 들으며 작품을 거의 팔아본 적이 없다. 외국작품을 더 선호하는 국내 미술계 풍토에선 그들의 실험적 모색이 잘 통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해외에선 바로 그같은 혁신성 때문에 각광받으며 미술한류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사진제공=가나아트]

▶지용호, 특정형상이 아닌 ’내 안의 본능‘을 따른다= 지용호는 버려진 타이어로 동물 형상의 강렬한 검은 조각을 만들어왔다. 늑대, 코뿔소, 사자에 인간을 이입한 듯한 그의 조각 ’뮤턴트(MUTANT)‘시리즈는 ”지용호만의 종(種)을 창출했다"는 평을 받을정도로 독보적이다. 폐타이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그대로 살린 반인반수의 조각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강렬한 기세가 절로 느껴진다.

독특한 종의 계보를 체계화한 그의 타이어 조각은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인파가 오가는 홍콩 도심의 타임스퀘어 광장이라든가 UAE 아부다비의 F1경기장에 설치되며 큰 화제를 모은바 있다.

이렇듯 글로벌 무대에선 유망작가로 부상했지만 국내에서의 단독전시는 지난 2010년 서울 강남에서 화가 김남표와 가졌던 2인전을 제외하면 7년 만이다. 이번 작품전에는 가로 6m에 달하는 타이어작업 대작과 전복껍질로 만든 신작 ‘오리진’(ORIGIN) 등 총 16점을 출품했다. 타이어시리즈 ‘뮤턴트’(MUTANT)가 동물의 구체적 형상을 띈 것과는 달리 신작은 외계생명체, UFO같은 느낌을 준다. 또 뮤턴트 연작이 강한 야성을 드러내며 초자연을 꿈꿨다면, 전복을 활용한 신작은 보다 추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가나아트]

지용호는 타이어 작업으로 유명세를 얻었으나 또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 여러 재료를 탐색하던 중 어느날 전복껍질이 ’찌르르‘하고 다가왔다고 한다. 그 반짝이는 광채에 순식간에 매료됐다는 것. 작가는 “타이어가 인공의 산물이라면 전복껍질은 자연에서 얻어지니 지극히 상반된 소재다. 또 타이어는 마음대로 휘어지지만, 전복은 더할나위 없이 단단하다”며 “이렇듯 대척점에 있는 소재를 넘나들지만 내 나름의 ‘오리진’을 만든다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는 특정형상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에 따라 마음 속의 것을 끄집어낸다. 우주선 또는 괴생명체같은 기이한 형상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형태들이 발현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UFO 등 초현실적인 것을 좋아했던 탓도 있다. 

[사진제공=가나아트]

지용호의 조각은 촉각성과 물질성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미술사가 허버트 리드가 ‘조각은 촉각의 예술’이라 했듯 지용호의 작품은 특히 그렇다. 이는 그가 ‘손의 노동’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려 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동원하거나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손과 공력으로 작품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서다.

▶안성하, 나와 가장 가까운 걸 나답게 그린다= 역시 7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안성하는 ‘담배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담배꽁초를 대형 화폭에 클로즈업한 그림은 극사실화이지만 아련한 추상성을 지니고 있다. “어,담배꽁초가 저렇게 멋있었어?”하고 되뇔정도로 그의 표현력은 남다르다. 

[사진제공=가나아트]

안성하는 “대학시절, 너나없이 거창한 걸 그렸지만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걸 그려보자는 생각에 담배에 주목했다. 그래야 질리지 않을 것같았다. 이후 사탕 등으로 폭을 넓혔다. 또 이번엔 코르크를 그리게 됐다. 와인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이서 이제 ’기호품 작가‘라는 닉네임이 붙을 것같다“고 했다.

담배, 사탕, 와인은 소비되는 순간 달콤한 환각을 선사하지만 결과적으론 몸에 해롭고 강한 중독성이 있는 ‘양면성’을 지닌 대상이다. 이를 그린 안성하의 작품은 구체적인 화면 속에 모호한 추상의 느낌이 배어있어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점 때문. 그중에서도 담배 시리즈는 제작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사진제공=가나아트]

더없이 사소하고 일상적 소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감각에의 탐닉, 심리적 위안, 현실로부터 도피같은 탈(脫)일상적인 요소를 이야기하는 안성하의 그림은 끝없이 번뇌하는 인간 삶과 닮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유리 속에 대상을 담아왔는데 앞으론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전시 모두 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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