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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구제냐 디폴트냐…中 ‘그림자 금융’ 갈림길
투자금 유입 약속에 대형신탁社 위기 모면
일부선 “유사상황 우려” 장기 처방전 주문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에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폭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던 그림자금융 상품이 간신히 투자자를 구해 부도를 면하게 됐다. 시장은 한시름 놓았지만 일각에선 앞으로 유사 상황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면서 “차리리 디폴트시키는 편이 낫다”는 장기적 처방을 주문하고 있다.

▶간신히 부도 모면=지난 27일 중국의 대형신탁회사인 중청신탁(中誠信托·CCT)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 투자자가 산시(山西)성 전푸(振福)에너지가 발행한 30억위안(약 5355억원) 규모의 신탁증권에 자금을 넣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청신탁은 투자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단지 “새로운 투자자와 합의했다”고만 설명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700여명의 투자자는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자분은 받지 못할 전망이다. 


28일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익명의 투자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로 원금 회수가 가능하게 됐지만 가입 시 확정했던 이자는 받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신탁증권은 석탄채굴회사인 전푸에너지가 중청신탁을 통해 2010년 발행한 상품으로, 31일이 만기였다. 9.5~11.0%의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중국의 공해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경영의 어려움이 커졌고,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 경영자가 부정회계로 당국에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이 상품을 판매한 중국 최대은행 국영 궁상은행(ICBC)은 이례적으로 원금상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난주 고객에게 통보하면서 시장의 동요를 키웠다.

중국 최대은행이 판매를 대행한 그림자금융 상품이 첫 디폴트 위기에 몰리면서 이번 사태는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림자금융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올해 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수많은 부실 그림자금융의 첫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위험은 잠복된 상태=결국 디폴트 위기를 넘기면서 시장의 우려감은 해소됐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선 금융시스템이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중청신탁이 27일 발표한 구제책에는 투자가가 누구이며 자금의 출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당국이 비공개적으로 이번 사태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중국 투자전략가 데이빗 추이는 로이터통신에서 “문제는 전푸에너지의 신탁증권과 유사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는 점”이라면서 “언젠가 아무도 구제금융에 나서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장밍(張明) 국제투자실 주임은 “디폴트를 허용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디폴트가 빠르면 빠를수록 중국 경제의 장기성장에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예금이율이 낮고 민영기업 대출이 까다로워 이 같은 그림자금융 상품이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규모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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