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금융사가 전화를 통해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행위가 27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다. 일반화한 영업형태지만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우려가 커진 현 상황에서 금융사의 전화영업이 자칫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당장 영업활동에 직격탄을 맞게 됐지만 1억여건의 카드사 정보 유출로 금융권 전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진 가운데 공개적 반발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 앓는’ 처지가 됐다.
▶전화영업 걸리면 최고경영자 문책까지=27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불법 정보 활용 가능성이 있는 금융거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다.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의 우려가 커졌지만 정작 금융사의 전화영업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원성을 사왔다. 이에 개인정보 불법유통시장을 없애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모든 금융사 임원을 불러 이런 지침을 전달하면서 반드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현장지도와 경영진 면담이 이뤄지며, 개선이 안되면 영업정지와 최고경영자 문책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3월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정보 유출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면 올해 계속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주부터 온라인 보험사만 빼고 모든 금융사의 전화 등을 통해 대출모집이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금융사 임원에게 준수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온라인 보험사가 제외된 것은 AXA다이렉트손해보험 등의 경우 업종 특성상 전화 등 비대면 채널로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알짜 수익원인 카드슈랑스도 당분간 중지된다. 카드슈랑스란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 상품은 전화로 판매된다.
금융사는 27일부터 영업점 밖에서 이뤄진 대출 승인 시 불법정보 활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금융사는 고객에게도 대출안내나 모집경로를 직접 문의해야 계약이 이뤄진다.
▶금융사 수익성 악화 ‘전전긍긍’=전화영업 금지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금융사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전화영업은 금융사의 주요한 영업행위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이는 곧 매출 및 수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번에 중지된 카드슈랑스 판매는 2008년 8292억원에서 2011년 1조3768억원, 지난해에는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해왔다. 카드사가 보험사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가 방카슈랑스 판매로 은행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4~5배 많다. 전국에 점포를 두지 않고 전화영업에 주로 의지해온 중소 금융사의 불만도 크다.
그러나 전화영업에 따른 불완전판매 사례까지 늘고 있는 상황도 이번 영업행위 금지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2012년 기준 텔레마케팅 방식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율은 흥국생명 44.4%, 미래에셋생명 28.8%, 동양생명ㆍKB생명 27.7%, 동부생명 26.5%로 10%대 수준인 전체 불완전 판매율에 비해 크게 높다.
카드슈랑스의 경우 우수 고객을 위한 보험이라고 선전하면서 고객을 유인했다가 해당 카드사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이자를 준다’ ‘연 50%의 이자율이다’ ‘정기적금보다 낫다’며 현혹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중도해지 시 원금 보장이 안될 수 있다’든가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라는 설명은 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소지가 크다.
한편 모든 금융사는 27일부터 금감원에서 내려준 개인정보 관리실태 및 점검 체크리스트를 기초로 자체 점검에 돌입한다. 보안규정 준수 여부, 정보 유출입 기록관리 실태 등이 핵심이다.
금감원은 서민금융사기대응팀을 보강해 인터넷, 무가지 등에서 개인정보를 사고팔거나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를 색출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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