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애호가 1000만명 시대 빛과 그림자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1. 인천시 남구 주안에 위치한 체육공원. 고양이를 찾는 애절한 목소리가 공원에 메아리쳤다. 어린 자식을 찾는 듯 백발 어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김점례(78) 씨는 잃어버린 고양이 ‘순백이(터키쉬앙고라)’의 사진과 실종시간, 장소를 쓴 전단지를 수십장 움켜쥐고 걱정 어린 얼굴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공원에 산책 나왔다가 잠깐 한눈 판 사이 사라졌다”며 “내게는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이 추위에 먹을 거나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 경기도 과천에 사는 박정호(40) 씨는 최근 같이 살던 개 ‘튼튼이(골든리트리버)’의 장례를 치렀다. 박 씨는 “7년을 우리 식구와 함께 살아 정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병들어 죽으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튼튼이를 화장해 납골당에 두었다. 가족들과 가끔 찾아가 튼튼이와의 옛 추억을 기리기 위해서다.


개, 고양이 등은 더 이상 집을 지키거나 애완용 동물을 넘어선 벗이자 식구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의미로 ‘반려동물(伴侶動物)’이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는 어느새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체 인구를 감안할 때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보고 즐기기 위해 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면 지금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경우 전체 가구의 27%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동물병원 ‘MK 펫클리닉’을 운용하는 서민구 대표 원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애완동물은 부의 상징이었고 과시용으로 데리고 다녔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반려의 개념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새 등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종류도 기존 고양이와 개에서부터 앵무새, 잉꼬, 카나리아 등 조류와 도마뱀, 이구아나, 카멜레온 등 파충류를 비롯해 기니피그, 고슴도치, 아르마딜로 등 포유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애호가들이 느는 만큼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애견시장 규모만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반려동물 관련 용품 지출 급증으로 반려동물산업은 2013년 기준 2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2020년 국내 애완동물 전체시장은 6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도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반려동물 사료시장에 진출했다.

‘오프레시(OFRESH)’를 앞세워 반려동물 사료시장에 도전한 CJ제일제당은 기존 온라인에만 국한된 유통채널에서 최근 이마트로 판매경로를 확대했다. 풀무원도 반려동물건강 먹거리 브랜드 ‘아미오’를 선보이며 반려견 사료를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고양이 사료도 출시할 예정이다.


동물병원도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900곳이었던을 전국 동물병원 수는 2014년 현재 3600곳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병원이 의료 서비스만 하지 않고 용품과 미용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 의료비용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보험사에서 애견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상품 수가 많지 않다. 감기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가더라도 기본 1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 정밀검사를 위해 CT 촬영이라도 하게 되면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산업이 사료와 의료 부문에 국한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전용 호텔과 유치원, 장례식장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애견시장이 성장하면서 애견브리더(breederㆍ번식전문가), 애견미용사, 반려동물 변호사 등 새로운 직업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갈 것이는 전망이다. 서민구 원장은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생로병사)을 거치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똑같은 과정을 겪기 때문에 시기에 맞는 서비스산업이 등장할 것”이라며 “애견 유치원과 장례식장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람들의 변심으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동물들도 여전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2년 유기동물은 9만9254마리로, 2010년 이후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주위에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등은 여전히 많다.

방치된 유기동물들은 인수(人獸)공통 질병 확산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희귀 반려동물로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위협하기도 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상임대표는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하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사서 키워보자’는 결정을 내리는 부모들이 아직 있다”며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물에게 책임을 다하는 마음이 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