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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회사, 生死가르는 ‘평판리스크’에 떨고 있다.
[헤럴드경제=권남근ㆍ서경원ㆍ양대근 기자]은행, 카드, 증권 등 금융회사들의 ‘평판리스크(Reputation risk)’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동양사태 그리고 최근 은행ㆍ카드사의 정보 유출까지 업친 데 덮친 격이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들의 평판리스크가 커지게 되면 수익 기반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보유출 금융권 전체에 직격탄, 해당 카드사 상당한 피해 불가피=정보유출건으로 금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KB국민ㆍ롯데ㆍNH농협카드 등은 재발급ㆍ해지 비용 등 수십억원대의 자체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신뢰도 추락에 따른 무형의 손실액까지 피해 규모는 단순 계산이 어렵다. 한 카드사 직원은 “사고 해당사뿐 아니라 카드사 전체가 당분간 이번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신용등급 하향이 거의 없는 산업군이었다. 하지만 카드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로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고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카드런(카드고객 대규모 이탈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KB국민ㆍ롯데ㆍNH농협카드에 접수된 카드 재발급ㆍ해지 신청건수는 23일엔 300만건을 돌파했다. 카드 3사의 해지(탈회 포함) 신청건수만해도 1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개인정보 유출회사의 경우 대규모 경영진 교체에다 과징금, 영업정지 등 후폭풍도 남아 있다.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도 내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고의 주체인 3개 카드사 중 두 곳(KB카드ㆍNH농협)이 은행을 주계열사로 한 금융지주 자회사다. 정보유출이 다른 결제 은행을 통해서도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업 전체의 위기나 마찬가지다. 금융지주 계열사들 간의 고객정보 활용이 제한될 경우 계열사 간 연계영업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경영전략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보 유출 방지 대책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악화할 수 있는 매우 부정적인 뉴스로 판단된다”며 “계열사 간 정보 수집과 공유를 제한한 점은 금융지주에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건비와 전산비 등 정보보호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도 “업계 전반적으로 이번 사태를 카드사만의 문제로 보진 않는다”며 “금융업계 전체가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창욱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빈번한 금융권 사고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정보유출건마저 터져 금융권 전반의 평판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영업에도 직간접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 동양사태로 추락한 신뢰회복 안간힘=동양 사태에다 수익률 부진 등으로 고객 신뢰가 약화된 증권사도 평판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8조원에 육박하던 동양증권의 CMA(종합자산관리계정) 잔고는 작년 말 2조원대로 급감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동양 사태를 기점으로 급감해 13조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자본시장의 동반 침체로 이어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과 고객수익률 관리 등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유출건도 증권사의 경우 확인되진 않았지만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평판위험이 관리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평판 리스크는 금융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로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당국도 바젤II(금융사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 등에서 평판 리스크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ppyday@heraldcorp.com

▶(용어설명)평판리스크(Reputation risk)=평판리스크는 기업의 평판이 악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 위험을 뜻하는 말로, 기업의 평판은 이해 관계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굳어진 신뢰, 브랜드 이미지 등의 총체를 의미한다. 특히 금융기관은 소비자에게 무형의 자산을 판매하는 만큼 평판의 중요성이 더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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