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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프란시스코 시민이 구글에 분노한 까닭?
“구글 통근버스 물러가라”

2011년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SF)에서 부활했다. SF시민들이 지난달 “구글 통근버스를 중단하라”라며 거리로 뛰쳐나오면서부터다.

SF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월가의 탐욕스런 은행가들이 실리콘밸리 ‘디지털 부르주아’ 로 대체됐다. 시위대는 “구글 통근버스는 양극화의 상징”이라며 “실리콘밸리 IT종사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면서 집값이 20% 이상 급등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SF의 집값 상승률은 미국 전역에서도 압도적이다. 지난 1년간 SF 집값 상승률은 24.6%에 달했다. 뉴욕(4.9%), 시카고(10.1%)보다 높고 미국 20대 도시 중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두번째다. 시위대는 “집값 폭등으로 원주민들이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구글 통근 버스는 공용 버스 정류장을 불법으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됐다. 짙게 썬팅을 하고 온갖 첨단장비를 갖추고 다니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통근버스가 일반 버스 정류장까지 점거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SF에서 실리콘밸리로 통근하는 IT인력은 3만5000명에 달한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시민단체 ‘하트 오브 더 시티’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야후 등 IT 대기업이 직원 통근을 위해 투입한 버스가 엄청나다”며 “이들 버스가 불법으로 공용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벌금을 물렸다면 그 총액은 지난 2년간 10억달러(약 1조69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IT기업들이 집값 상승에 책임을 지고 인프라 이용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시 당국은 부유층만이 아니라 예술가와 문화, 가정과 노인들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구글 직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 프로그래머인 크리스탈 숄츠는 “구글 직원 모두가 억만장자는 아니다”면서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도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분리된 공간에서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글 통근버스를 둘러싼 시위는 22일(현지시간) 시 당국 운송위원회가 IT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시 운송위는 이날 실리콘밸리 기업이 일반 시내버스 정류장을 이용해 왕복 사설버스 운영하는 것을 합법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통근 버스가 지역 주민의 소외감을 키웠다”며 “수개월간 이어진 ‘구글 통근 버스’ 시위가 실리콘밸리와 SF의 긴장감을 더욱 확대시켰다”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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