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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값 상승 효과 ‘해외’로 빠져나간다…내수는 부진한데 해외소비는 급증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30대 주부 A씨. 세살 난 아들이 잠시 낮잠자는 틈을 타서 인터넷 쇼핑을 시작한다. 먼저 아이용품이다. 아이옷은 단연 해외사이트가 싸다. 같은 옷이 국내 백화점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격이 몇 배는 뛴다. 미국 의류브랜드 ‘갭’의 글로벌 홈페이지를 들어가 무료배송이 되는 50달러 어치를 담아 결제했다. 아이 간식으로는 건강식품 등을 파는 사이트 ‘아이허브’에서 유기농쥬스와 과자를 샀다. 주문하는 김에 다 떨어져가는 천연 세탁세제와 버터와 시럽 등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A 씨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회원제 핫딜(반짝세일) 쇼핑몰인 ‘길트’에 들어가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호주브랜드의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A 씨는 단 몇십분 동안 옷이며, 식료품이며, 세제 등 생필품까지 지갑을 술술 열었다. A 씨는 ‘알뜰 쇼핑’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같은 경제행위가 국가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돈은 없다.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의 큰 방향으로 ‘내수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민간소비를 유도해 자영업자나 도소매업자의 매출과 생산을 늘리고, 고용창출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민간소비야말로 선순환 구조로 가는 시작점인 셈이다. 그런데 국내소비자는 이미 충분히 지갑을 열고 있음에도 국내 소비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연결고리가 끊긴 탓이다.

▶‘직구’ 열풍에 국외소비 사상 최대=해외여행에 이어 최근 몇년새 해외 직구(직접구매)까지 가세하면서 국외소비는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 3분기 국외 소비지출은 6조4938억원이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때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감안하면 4분기는 이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2003년 10조원을 밑돌던 국외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엔 2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경기악화로 소비가 둔화됐다는 최근 2~3년새에도 해외 소비는 직구 열풍에 증가세를 유지했다.

막연히 직구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귀찮고, 제품이 잘못와도 반품이 어려울 것 같던 때는 지났다. 이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매력이 훨씬 컸다. 국내 가계 지출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2년 해외 소비 비중은 3.39%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경기회복 발목잡는 국내소비=국내 소비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소비는 497조6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외소비 증가액은 4.3%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은 커졌지만 환율효과는 해외 소비가 모두 흡수해버렸다. 국외 소비가 국내 소비를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유학ㆍ연수 수지는 만성 적자다. 지난해 11월까지 유학연수수지 누적적자는 34억630만달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4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교육이나 관광같은 부분에서 비용대비 측면 등에서 국내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국내 소비자의 해외수요, 혹은 외국인의 소비수요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업종의 범위가 굉장히 넓겠지만 서비스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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