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저탄소車 협력금 도입…국산차는 무장해제?
디젤·소형차 유리 佛만 제도 실시
美·獨·日은 자국산업 위해 도입 안해

보호장치 없이 내년 시행 추진
1000만원대 경차 레이-1억대 BMW
부담금 25만원 동일 국산차 ‘역차별’논란




환경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저탄소차 협력금제’와 관련해 앞서 제도를 시행 중인 프랑스는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철저하게 계산한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앞장서 국산차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대조된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부담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 보너스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결국 디젤엔진, 소형차 위주의 자동차업체에 유리한 제도다. 전 세계 완성차 생산국가 중에서 프랑스만 유일하게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美ㆍ獨ㆍ日 없어… 완성차 생산국 중 佛만 도입=22일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프랑스가 지난 2008년 도입한 ‘보너스-말뤼스(Bonus-Malus)’ 제도는 자국의 자동차산업 보호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프랑스는 지난 2008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부담금(맬러스)을 징수하고, 이 같은 세수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 보조금(보너스)을 지급하는 ‘보너스-말뤼스’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직전인 지난 2007년 당시 프랑스의 대표 완성차업체 PSA의 차급별 생산비율은 소형차인 AㆍB세그먼트가 44%, 여기에 준중형급인 C세그먼트까지 합칠 경우 88%에 달했다. 반면 같은 해 독일은 AㆍB세그먼트 비율이 10.2%(C세그먼트 포함 41%)에 불과한 상황.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08년 프랑스 내 자국 메이커의 전년비 판매는 2.1% 늘었고, 대형차 및 SUV 위주였던 프랑스 내 수입차 판매는 3.9% 줄었다. 2009년에도 프랑스 업체들은 16.9% 성장했다. 지난 2007년만 해도 프랑스 내 수입차는 7.6% 성장했지만 르노ㆍ푸조 등 프랑스 메이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현행 계획대로 갈 경우 경차인 기아차 ‘레이’(1139만~1560만원) 고객은 차량 가격이 10배 가까이 비싼 BMW ‘730d’(1억2320만~1억3500만원) 고객과 동일한 25만원의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경차 ‘레이’, 10배 비싼 BMW ‘730d’와 같은 부담금=‘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본격 시행되면 디젤엔진 경쟁력이 높은 독일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의 원조를 자처하는 일본 자동차의 약진이 예상된다.

실제 작년 말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하면 차 값이 3000만~4000만원대인 BMW ‘320d ED’와 폴크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구입고객은 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BMW ‘520d’ 및 ‘525d’, 벤츠 ‘E220 CDI’, 아우디 ‘A6 2.0 TDI’ 등 가격이 6000만~7000만원대인 프리미엄 차량들은 부담금이 면제된다.

하지만 1000만원 안팎의 기아차 ‘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각각 LPG 모델 포함) 등 국산 경차에는 보조금 혜택이 없다. 경차인 기아차 ‘레이’(1139만~1560만원)의 고객은 차량 가격이 10배가량 비싼 BMW ‘730d’(1억2320만~1억3500만원) 고객과 동일한 25만원의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일본의 하이브리드카의 경우에도 50만~3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獨도 ‘환경보다 경제’, 우리만 서두른다 지적=작년 10월 독일은 유럽연합(EU)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현행 ㎞당 130g에서 2020년 95g으로 낮추려는 EU의 규제안을 무산시킨 바 있다. 규제안이 확정될 경우 중ㆍ대형차 비율이 높은 자국 완성차업체인 다임러와 BMW 등이 중ㆍ소형차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 피아트나 프랑스 르노ㆍ푸조 등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작년 12월 “미국 자동차업계는 한국이 조만간 시행하려는 ‘보너스-말뤼스’ 제도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제외하면 경ㆍ소형차 활성화 효과도 아직은 미지수다. 프랑스는 제도 시행 초반 늘어나던 AㆍB세그먼트 비중이 2010년부터는 다시 꺾여 2010년 41.2%, 2011년 35.3%, 2012년 33.6%로, 제도 도입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에 동의 안 하는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가솔린차 위주의 국내 자동차업계에 불리한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시도는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