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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기업 현금 보유 사상 최대…세계경제 ‘毒’ 되나
1위 애플서 5위 삼성전자까지
빅5 현금보유액 415조원
UAE 국내총생산과 맞먹어

경기 불안감에 투자 꺼린 탓
설비투자·M&A 통한 선순환 절실




글로벌 기업의 곳간에 현금이 넘치고 있다. 세계 최대 비금융 기업의 약 3분의 1이 현금 2조8000억달러(약 2997조원)를 깔고 앉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2위 경제대국 프랑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ㆍ2조7000억달러)을 능가한 것이다. 기업이 투자는 않고, 지나치게 많은 현금을 쌓아놓는 것이 세계 경제 회복에 독(毒)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아시아판에서 “금융위기 이후 기업에 쌓인 현금이 갈수록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했는데도 쓰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흐름, 소수기업에 달렸다=세계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애플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975개 글로벌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애플의 현금 보유량은 1468억달러(약 157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애플 혼자서만 비금융 기업 전체 현금 보유액의 5%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807억달러), 3위는 구글(565억달러), 4위는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존(541억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490억달러(약 52조원)로 5위에 올랐다. FT는 “이들 톱5의 현금 보유량을 모두 합하면 3870억달러(약 415조원)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GDP(3900억달러)에 버금간다”고 전했다. 


분야별로는 IT기업이 7752억달러로 최고를 기록했고, 지역별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평균 42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현금 보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1200지수에 편입된 비금융권 기업의 32%가 전체 기업 현금의 8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래 최고치다.

딜로이트의 인수ㆍ합병(M&A) 부문 책임자인 이아인 맥밀란은 “올해 설비 투자나 거래 성사를 통한 경기회복 추세가 본격화될지 여부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 기업의 결정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실탄의 역설=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세계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많은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불안감에 섣부른 투자를 꺼리면서 경제 회복을 늦추는 역설을 낳았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업들이 자본 지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비투자나 M&A, 주주 배당 등을 늘려 자금을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자자의 58%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설비투자에 쓰길 원한다”고 응답했다. 또 자산운용가의 3분의 1가량은 “기업들이 주주에게 더 많은 현금을 돌려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JP모간의 글로벌 기업 은행 부문 책임자 호세 리나레스도 FT에 “설비투자와 매출신장 없는 5년이 지난 지금,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과 튼튼한 대차대조표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츠의 키스 스키오치 수석 펀드매니저는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가 올해 경기 회복세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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