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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랜드가 바뀐다, ‘국회는 신의 직장’ 행정고시 보단 입법고시 선호한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행정고시 재경직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는 한, 행시와 입시(입법고시)를 둘다 붙으면 입시로 가는 추세죠. 10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4년차 입법조사관 A 씨)

‘힘세진 국회’를 대변하듯 입법고시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와 상당 부분 시험이 겹치면서 주전공은 행시나 사시로 하되 입시는 “사이드(Side)로 보는 시험”이라고 불렸던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행여 아직도 입시를 두고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되는 게 아니냐”며 비아냥대는 이가 있다면 세상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올해 국회사무처의 5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입법고시의 평균 경쟁률은 256대 1이다. 경쟁률로 따지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가운데 가히 ‘대박’이라 할 만하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5급 공채) 경쟁률에 비해 6~7배나 높은 수치다.

22명을 선발하는 올해 입법고시 원서접수 결과 5632명이 지원했다. 8명을 선발하는 일반행정직류에 3377명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422대 1)을 보였고, 3명을 선발하는 법제직류엔 무려 711명이 도전했다. 올해 선발인원이 10명으로 크게 늘어난 재경직류엔 1510명이 지원했다. 1명을 선발하는 사서직류에는 34명이 서류를 냈다.

이 같은 경쟁률은 다른 공공기관이나 고시 경쟁률과 비교해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 207곳의 신입직원 채용 경쟁률은 평균 34.6대 1이다. 지난해 행정고시 평균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특히 지난 1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제 56회 사법시험 경쟁률은 37대 1이었다.

이처럼 입법고시 경쟁률이 급상승한 것을 두고 현직에서 근무하는 입법조사관들은 ‘국회 프리미엄’과 ‘세종시로 내려간 행정부’, ‘사법고시 폐지 효과’를 그 이유로 꼽았다.

국회에서 입법조사관으로 1년 반 정도 일한 B 씨는 최근 입법고시가 선호되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 비해 입법부의 역할이 확대되고 국회 소속기관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공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면서 “실질적으로 정책과 예산 분야 등 전문영역에서 입법조사관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회에서 정책 입안과 관련해 보람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대부분의 행정부가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여의도에서 일할 수 있는 국회만의 프리미엄이 생긴 점도 한 몫했다”면서 “여기에 타 공공기관에 비해 승진이 빨라 행정사무관과 비교해 매리트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법고시가 2017년에 완전히 폐지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지원자들이 입법고시에 대거 응시한 결과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또 최근 2년간 행정고시보다 늦게 시행됐던 입법고시가 한달 가량 앞서 치러지면서 지원자 수가 몰린 측면도 있다. A 씨는 “사시가 폐지되면서 마지막까지 사시를 더 준비할지 로스쿨을 갈지 고민한 끝에 결국 입시로 전향했다”면서 “정기국회 기간에는 밤을 꼴딱 샐 정도로 바쁘지만, 법안과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입법조사관이 지적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는데 그걸 파악하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기대했던 바 이상으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업무 가운데에서도 국회의 최전방인 상임위 업무를 직접 경험하는 ‘입법조사관’이 입법고시 합격자 가운데 단연 인기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2년 7개월 정도 재직한 C 씨는 “국회는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예산정책처는 국회의 아일랜드(Island)로 불릴 정도”라면서 “법제실이나 예산정책처, 조사처 업무는 상임위 소속 입법조사관 업무보단 인기가 없지만 박사들과 함께 연구자료를 만들다보니 오히려 연구직을 선호하는 내겐 더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입법조사관들과는 다르게 예산정책처의 인적 구성은 박사 출신들이 많고 계량프로그램을 돌리는 등 고시와 전혀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어차피 3년 순환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하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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