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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식 정치개혁의 이중성?
[헤럴드경제=홍석희ㆍ정태일 기자]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절묘한 줄타기’ 행보가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새누리당 주류의 주장과 ‘정당공천 폐지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동시에 꺼내놓으며 여야의 ‘중앙’에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개헌과 정당공천 폐지 두가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탓에 안 의원의 행보가 지나치게 ‘공학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새누리당을 향해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며 강도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는 상식적이라면 이미 폐지가 결정돼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공약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회견에서 ‘헌신짝’, ‘자기부정’, ‘권위주의적 낡은 잔재’, ‘사익추구’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안 의원의 평소 발언 대비 수위가 센 단어들이다. 새누리당이 오는 22일 의원총회에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키로 하자 새누리당을 향해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고 일갈한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또다른 대통령의 공약인 ‘개헌’에 대해선 새누리당 주류측과 입장을 같이 한다. 지난 8일 안 의원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는 적절치 못하다. 지방선거가 지난 후에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선 민주당과, ‘개헌’에 대해선 새누리당 주류파의 ‘개헌 반대’ 입장에 선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의 ‘중앙 행보’는 교육감 직선제에서도 드러난다. 안 의원측은 지난 7일 교육감 선거와 관련 ‘러닝 메이트제’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했으나 최종 발표 단계에선 빠졌다.

이같은 안 의원의 ‘중앙 행보’ 배경엔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 공학이 자리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예컨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안 의원에 대해 ‘무(無) 존재감’ 지적이 다시 나올 수 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국회는 여야 두 거대 정당의 ‘갑론을박’ 장이 된다. 무소속에다 원내교섭단체도 아닌 안 의원이 결국 개헌 정국에선 ‘300(의석수) 분의 1’로 역할이 축소될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 공약임에도 안 의원이 ‘개헌’에 소극적 입장을 내놓는 배경이다. 지난해 안 의원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및 실종사건 등 굵직한 현안마다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로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것 역시 ‘셈법’이 끝난 덕이란 분석이다. 공천 폐지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 수가 늘어날 경우 상대적으로 ‘안철수 신당 후보’의 약진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새누리당의 기반인 영남과,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기존의 ‘정당구도’가 흐려질 수 있고 안철수 바람이 거센 수도권에서도 신당 후보의 당선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의 행보를 추격자의 ‘판 흔들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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