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내 첫 적대적 M&A 탄생할까?...일동제약 vs. 녹십자, 정면대결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일동제약이 국내 첫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가 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적대적 M&A 시도는여러차례 있었지만, 성사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일동제약 경영권을 두고 벌이는 현 최대주주와 녹십자의 대결은 워낙 박빙이어서 적대적 M&A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동제약은 지난 10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의 인적분할 계획을 공표하고, 이를 위해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2대 주주인 녹십자가 개인대주주인 이호찬 씨의 지분 15.35%를 지난 9월 인수, 보유지분률이 29.36%로 늘었다고 16일 공시했다. 투자목적도 단순투자에서 사실상의 경영참여(영향력을 행사)로 바꿨다. 회사분할 계획에 사실상의 반대의지를 밝힌 것이다.

녹십자가 제동을 건 이유는 인적분할이 현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의 현 최대주는 윤원형 회장 등 34.16%다. 인적분할이 성공하면 일동제약 자사주 3.32%이 지주사인 일동홀딩스(가칭)에 넘어가면서 윤 회장 등의 일동제약에 대한 의결권이 37.48%로 늘어난다. 2대 주주와의 격차가 4.8%포인트에서 8.12%포인트로 늘어난다. 9.9%지분률로 캐스팅 보트를 쥔 3대 주주 피델리티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일동제약이 보유한 2377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일동홀딩스로 넘어간다. 이 중 현금만해도 400억원에 달한다. 일동제약 시가총액은 17일 현재 3400억원 수준이다. 일동홀딩스로서는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녹십자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엄청난 실탄을 확보하는 셈이다. 지주사 분할이 되지 않으면 일동제약이 자사주를 취득해도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녹십자를 견제하기 어렵다.

일동제약 최대주주는 또 지주사에 대한 현물출자, 우호적 제3자에 대한 지주사 신주발행 등을 통해 일동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배가할 수 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모두에서 녹십자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셈이다.

일동제약 측이 분할을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이유는 곧 녹십자가 지주사 전환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와 같다. 일단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그 때는 일동제약 측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13년 9월말 현재 614억원으로 일동제약 보다는 많지만, 보유현금을 모두 M&A에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호찬 씨 지분 인수대금 436억원을 마련할때도 374억원을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결국 이번 승부는 캐스팅 보트를 쥔 피델리티와 소액주주들의 태도에 달렸다. 현재 일동제약과 녹십자 측 모두 일반 주주들을상대로 위임장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동제약은 2011년 248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12년 181억원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23억원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현금배당수익률도 2011년 2.4%에서 2012년 1.26%로 미끄러졌다. 다만 주가는 경영권 경쟁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2011년 7000원 안팍에서 17일 1만4000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다.

반면 녹십자홀딩스의 순이익은 2011년 170억원에서 2012년 373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 3분기까지는 175억원을 기록중이다. 현금배당수익률(보통주)은 2011년 1.75%, 2012년 2.92%다. 다만 2011년 10월 2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1만3000원대로 낮아졌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