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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토불이 2.0> ①1買3得 사랑의 로컬푸드
“잘 먹어 못난 놈 없다”, “부처도 먹어야 좋아한다”는 동양 속담을 건네자, 영국의 조지 버나드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고 화답한다.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 “2월 가자미가 헤엄쳐 놀던 뻘맛 조차 도미보다 낫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면서 제철 음식을 일렀더니, 희랍의 명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만으로 환자를 고칠 수 있다면 약은 약통 안에 그냥 두자”고 맞장구친다.

동서가 따로 없는 음식 사랑은 그 나름의 과학과 문화를 만들었다. ‘밥은 봄같이, 국은 여름같이, 장(醬)은 가을같이, 술은 겨울같이 먹으라‘는 어른들의 가르침속엔 음식 테러피(therapy)라는 과학이 있다. 밥은 봄처럼 따뜻하게, 국은 뜨겁게, 장은 가을처럼 서늘하게, 술은 차게 마셔야 몸에 좋다는 것을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해송과 강송이 우거진 삼척은 송이, 여수는 세찬 바닷바람에 잘 자라는 갓 김치, 볕 잘드는 양주엔 부추, 천혜의 해물 건조지 옹암포 토굴이 있는 광천은 새우젓, 뻘과 볕이 조화를 이룬 김포는 쌀, 거제는 유자, 청양은 고추, 상주는 곶감, 보성은 딸기, 영광은 굴비, 물 많은 시흥은 미나리가 지역 대표 농산물로 떠오른데엔 수천년 보듬어온 토양과 식생, 주민의 작법과 지혜가 잘 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농산물까지 세계화의 바람 속에 넘나들고, 우리 밥상이 다국적 농수산물로 채워지는 동안 수천년 유지된 토종 농업 과학과 음식문화는 한국의 일상에서 밀려나는 듯 했다.

하지만, 몇 십 년 전엔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었던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현대 질병이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지역공동체와 뜻있는 대도시 시민들을 중심으로 다시 ’내 몸과 제 철에 맞는 싱싱한 식재료가 우리의 건강을 지킨다‘는 ‘신토불이’ 운동이 일고 있다.

‘듣보잡’ 음식물과 가공, 첨가물, 다단계 유통 등으로 변형된 식재료가 예상치 못한 건강 부작용으로 야기한데 대해 뜻있는 시민과 농민들이 저항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세계화가 역습당하는 현장이다.

제 철에 내 땅에서 난 식재료를 직거래로 배달받아 식탁위에 올리는 일은 건강을 지키고, 농민을 살리며, 나아가 식량무기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라는 뜻에서 ‘신토불이(身土不二) 2.0’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낮에 수확해 고객의 저녁 밥상에 올린다는 점에서도 과거 신토불이 캠페인과는 진전된 모습이다.


토종 명품 식재료의 부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은 1만개에 육박하는 농민시장(Farmer’s Market)을 중심으로 학교, 기관의 단체급식 등에 로컬푸트를 공급토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자-소비자가 근거리에서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 현재 1만7000여개의 직매장을 운영중이다.

현재 로컬푸드 광역통합마케팅 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전북은 지난해 전국평균 농업 성장률(3.8%)를 크게 웃도는 32.9%의 고도성장을 기록하며, 국민건강을 지키고 농민도 살지우는 농업 선진화 모범케이스로 떠올랐다.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설은 내고장 명품 식재료로 만들어낸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고, 로컬푸드에 대한 자부심까지 얻는 기회이다. 내 건강과 고향을 모두 지키는 로컬푸드는 사랑이기도 하다.

함영훈ㆍ한지숙ㆍ오연주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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