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새책> 샐린저 평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2010)를 다룬 최초의 평전 ‘샐린저 평전(민음사)’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샐린저는 작품만큼이나 기이한 행보로 유명했다. 그는 지난 1965년 미국 시사문화잡지 ‘뉴요커’에 단편 ‘1924년, 햅워스 16일’을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은둔에 들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십 년간 침묵했다. 또한 그는 책을 출판할 때마다 항상 편집부터 표지 디자인, 홍보 방식까지 모두 간섭하고 통제했으며 대중매체에 자신의 개인 정보가 오르내리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샐린저는 생전에 랜덤하우스(이언 해밀턴)가 출판한 ‘샐린저 전기’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여, 저작권 및 사생활 보호 명목으로 전기에 인용된 개인적인 편지, 신상 정보, 자신을 언급한 모든 인터뷰 기록을 삭제시켰다. 따라서 그의 생전에 전기를 쓰는 것은 불가능한 기획이었다.

이 책은 샐린저 사후 최초로 출간된 평전으로 샐린저 생전에는 절대 공개될 수 없었던 그의 편지들,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부모님과 전 부인들에 관한 이야기,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과의 연애 등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생활의 전모가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언론에 의해 왜곡된 은둔 생활의 진실, 미국 문단의 최대 스캔들이었던 조이스 메이너드와의 관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까지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20세기 미국 문단의 생생한 모습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 케니스 슬라웬스키는 방대한 조사를 통해 축적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20세기 미국 문단은 물론, 화려한 192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의 비극, 냉전 시대의 매카시즘 광풍, 베트남전쟁과 히피 문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까지 미국 사회의 역사적 배경까지 세밀하게 그려 낸다. 특히 샐린저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남긴 찬사, 윌리엄 포크너가 샐린저에게 내린 평가, 스승 휘트 버넷과 샐린저 사이에 일어난 마찰,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샐린저의 신랄한 비평, 편집자와의 신경전 등은 20세기 미국 문단의 결정적인 한 부분을 보여 준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케니스 슬라웬스키는 이전의 ‘샐린저 전기’들이 취했던 관음증적 시각과 비평가적 거만함을 버리고 평전을 완성했다”며 “이 평전은 샐린저 작품의 진화를 추적하고, 사상적 변화를 살피는 데 더없이 유익하다”고 호평했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