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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주식거래 4시까지 연장한다는데?
한국거래소, 정규거래 최대 1시간 연장 추진…금융투자업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일본·싱가포르 등 시간 연장한 해외거래소
거래량 10~20% 증가·거래대금도 최고 45% 늘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5조8000억
1시간 연장시 하루 거래대금 9000억 이상 늘듯
일부선 근무시간 연장으로 인한 비용수반 우려도


금융투자시장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주식 거래량 감소로 브로커리지(주식중개)로 수익을 올리던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증권사별로 투자은행(IB) 업무와 해외 진출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 찾기에 분주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거래소가 정규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2011년 1월 10억7247만주에서 올해 1월 5억6201만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거래량 감소는 증권사의 수수료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불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가 최근 내놓은 증시 활성화 방안의 일환이 정규거래시간 연장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의 짧은 정규거래시간은 글로벌 시장과의 거래에 제약을 가져와 해외 자금의 유입을 차단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홍콩,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보다 2~3시간 빨리 한국시장이 장을 마치기 때문에 롱숏(Long short) 거래 등 차익거래 투자전략 구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규거래시간 연장은 이 같은 거래시간 차이에 따른 해외투자자의 불편을 해소해 외국 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국내투자자들에게 거래 기회를 증대시켜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해외 일부 국가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매시간을 연장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거래소들은 이미 장시간의 거래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거래소와 나스닥 시장은 6시간30분 동안 개장하고, 유럽 시장은 8시간30분 동안 거래가 이뤄진다.

한국거래소에 비해 거래시간이 짧았던 아시아 거래소들도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유동성 제고를 위해 거래시간을 일제히 연장했다. 인도가 지난 2010년 매매시간을 55분 연장한 가운데 홍콩(2011년 3월, 90분), 싱가포르(2011년 8월, 90분), 일본(2011년 11월, 30분) 등이 매매시간을 늘린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싱가포르거래소는 2011년 8월 90분간의 점심휴장을 폐지하면서 거래시간이 총 8시간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실제 정규거래시간 연장의 효과는 어떨까. 정규거래시간을 연장한 대부분의 해외 거래소에서 주식시장 거래량이 10~20% 증가했고, 거래대금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거래시간을 연장한 후 6개월 동안 주식 거래량이 14% 늘었고, 홍콩(12.7%)과 일본(7.5%)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래시간 연장 후 거래대금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홍콩은 거래시간 연장 후 한 달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연장 전에 비해 45% 늘었다. 또 싱가포르와 인도도 거래시간 연장 후 각각 41%, 17%의 거래대금이 늘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전략기획부 팀장은 “거래량 변동에 변수가 많지만, 해외 실증 분석에서 거래시간 연장 이후 다른 변수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거래시간 연장에 따라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0년 5월 거래시간을 60분 늘리면서 거래량이 28% 늘어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정규거래시간이 연장되면 거래 규모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인 5조8000억원에 매매시간이 1시간 늘어날 경우를 가정하면, 시간당 9000억원의 거래대금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 수익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매매수수료 수익도 함께 늘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가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업계 내부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에 조심스러운 입장도 없지 않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거래대금이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규시장 내 거래밀도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까지 회복시킬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단기투자자에게는 그만큼 투자 기회가 늘고 외국인투자자 역시 롱숏 등의 차익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펀드 평가 등 장 마감 이후 후선업무가 늦어져 근무시간 연장으로 인한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업계가 장기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t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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