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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CJ…화해전술로 삼성 압박
이맹희씨 서면 최후변론 이후…더 복잡해진 삼성가 상속분쟁
이맹희씨 대리인 통해 화해 메시지
청구액은 9400억원으로 되레 늘려

법조계 ‘여론 동정유도 고도 심리전’분석
삼성측, CJ 음모론 제기에 “방관안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 소송전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민사소송에 형사소송까지 겹치면서 어느 한 쪽은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전 회장 측은 7일에 이어 14일 다시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소송 청구금액은 크게 늘렸다.

또 같은 시기에 진행 중인 이재현 CJ 회장(이 전 회장의 장남) 탈세ㆍ배임ㆍ횡령 소송에서는 삼성 측이 회사 내부 기밀을 빼내기 위해 CJ 측 임원을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1심 패소로 불리해진 이 전 회장 측이 상속소송을 조정으로 매듭지어 돈이라도 챙기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또 ‘CJ 임원 매수 시도’ 주장도 삼성에 흠집을 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며 명예 훼손 고발 준비에 나섰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      이건희 삼성회장

▶9400억원짜리 편지?=14일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열린 삼성가(家) 상속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이맹희 씨는 대리인을 통해 제출한 편지에서 “굴욕적일지 몰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분 아니 5분 만이라도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것”이라고 했다. ‘해원상생(解寃相生ㆍ원한을 풀고 상생하자)’이란 말까지 동원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고(故) 이병철 회장의 차명 주식을 돌려달라던 소송도 취하했다. 삼성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를 ‘구밀복검(口蜜腹劍ㆍ품에는 칼을 감추고 입으로는 듣기 좋은 말을 하는)’으로 해석했다. 이맹희 씨 측이 화해를 언급하면서도 항소장을 고쳐 96억원이던 청구금액을 9400억원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 소송 취하도 1심 패소로 승산이 없어지자 ‘생색내기’를 한 것이라는 풀이다. 특히 삼성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송(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돌려달라는) 청구를 그대로 유지한 데 주목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맹희 씨 측이 ‘비운의 형이 동생을 통 크게 용서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여론의 동정을 얻으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을 ‘몰인정한 동생’으로 몰아가기 위한 덫이라는 해석이다.

▶CJ, 형사소송으로 삼성 유도=이재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성모 전 CJ 재무팀장은 이날 검찰 신문에서 “삼성 측이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하던 재무2팀장 출신의 이모 씨에게 CJ를 협박할 수 있는 내용을 한 장 써주면 8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이 상속소송을 이유로 CJ를 궁지에 빠뜨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즉각 발끈했다. 삼성 관계자는 “누가 그런 제안을 했는지 밝히라”면서 “터무니없는 얘기로 명예 훼손 고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상속소송에만 대응해온 삼성이지만 ‘음모론’까지 방관하지는 않겠다고 ‘방패’를 든 셈이다.

삼성이 대응에 나서며 양측의 다툼은 민사에서 형사로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80억원 제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삼성과 CJ 모두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폭로로 인한 상대적인 부담은 삼성이 더 무겁다. CJ는 전직 임원 개인의 폭로지만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다. 일각에서 상속소송에서 불리해진 CJ가 삼성을 압박하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사소송으로의 확전(擴戰)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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