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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금융권 여성임원 발탁은 시대적 흐름”
하나은행 첫 여성전무…천경미 대전중앙영업본부장
금융권도 섬세함·감수성 필요
난 여성리더 아닌 그냥 리더


“금융권 여성임원 발탁이 ‘여자 대통령 효과’라고요? 천만에요. 시대적 흐름입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에서 여성 최초로 전무로 승진한 2명 중 1명인 천경미(54·사진) 대전중앙영업본부장은 금융권의 여성 임원 바람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요즘 필요한 금융권의 리더십이 섬세함과 감수성”이라면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천 본부장은 유리천장을 깨고 전무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80년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충청은행에 입사했다. 여상에다 서자출신인 셈이다. 또 미혼이라는 점은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주류가 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보여줄 건 능력뿐이었다.

그의 34년 경력 중 가장 오래 근무했던 분야는 지점장. 12년을 했다. 남성도 버티기 힘들다는 현장영업이었다. 지점장 생활을 하면서 천 본부장의 능력도 빛났다.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단순하다”고 했다. “성실함과 솔직함, 그리고 직원 챙기기”라는 다소 재미없는 답변을 내놨다.

19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한 당시, 과장 직급으로 대전 황실지점장을 맡게 된 그에겐 아는 사람도, 업무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살기 어렵다던 외환위기 직후였다.


이면을 봤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시점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로 직행했다. 부동산을 사고팔려는 사람, 즉 대출과 예금 고객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갑(甲) 중에 갑이었던 은행 지점장이 발품을 팔면서 영업전선에 뛰어드는 건 드문 시절이었다.

한결같이 따라준 직원들 도움도 컸다. 직원 상황을 고려한 말 한 마디, 편지 한 장이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잦은 야근, 고된 업무가 계속됐지만 직원들은 한마음으로 그를 따랐다.

그는 영업비법도 귀띔했다. “남성 고객은 아내와 친해지게 하고, 여성고객에겐 남편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양쪽의 신뢰를 얻은 게 영업비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고객의 가족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노력은 통했다. 그는 1998~1999년 최다여신고객유치직원으로 선정됐다.

천 본부장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일이 재밌고 덜 지치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단 한번도 내가 임원이 될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나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하다보니 이런 자리가 내게 왔다. 여성리더가 아닌 그냥 리더란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인식할 순 없지만 시대는 변한다.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나. 직장을 그만두면 다시 돌아오기에 매우 힘들다”면서 여성들에게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이 좋아 이성과 소통엔 아직 생각이 없다는 그는 올해 목표를 직원과 소통에 뒀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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