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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편의점 사회학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24시간 편의점이 한국에 상륙한 지 올해로 25년. 한국은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세계 최다인 국가다.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의 편의점 수는 2만 4599곳이며, 편의점 당 인구수는 2075명이다. 이는 편의점의 발상지인 미국(2100명)은 물론 최대 발흥지인 일본(2719명)과 대만(2308명)보다도 높다. 편의점이 우리 일상 한복판에 깊숙이 들어온 지 이미 오래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저서 ‘편의점 사회학’(민음사)은 편의점에 대한 사회학적 재발견 혹은 재인식을 강조하며 편의점을 현대 한국 사회의 축도이자 도시 생활의 단면으로 간주한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체인의 전형인 편의점은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 동참하고 있거나 편입됐다는 확실한 물적 증거다. 또한 한국의 편의점은 90% 이상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저자는 편의점의 확산이 한국에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고 지적한다.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편의점의 불빛은 우리를 소비로 이끄는 유도등이라는 것이다. 또한 편의점의 전자 발주 시스템, 포스 시스템(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 정찰제와 바코드, 리더기, 스캐너 등 첨단 장비는 합리주의 정신과 관행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편의점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읽는다. 편의점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도시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과시적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20~30대가 간단히 식사를 때우고 담배나 술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위로하는 ‘을’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들을 한 곳에 집결시켜 이들 간의 거대한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편의점이 새로운 통치 장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편의점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의식과 일상이 알게 모르게 육화되고 있지만, 현실 속 우리들은 편리하다는 생각만 할 뿐 세상을 은밀히 지배하는 편의점의 숨은 권력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며 “편의점 전성시대가 우리 삶의 품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진지한 물음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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