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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음식’이 아니라 ‘과학’이자 ‘상생’ 그 자체를 보여드립니다
-그린 먹거리 우수기업 열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바람(Wind)’은 금세 잦아들게 마련이지만, ‘바람(Desire)’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소망, 소원 혹은 욕망이라고도 불리는 바람(Desire)의 대상은 대중이 오랜 시간 동안 절실히 필요로 했던 그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한때의 유행으로 ‘빵’하고 떠오른 각종 열풍의 행렬들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도 못한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것은 그래서다.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Wind)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떠오른 ‘웰빙(well-being)’이라는 화두는 바람(Wind)이 아니라 바람(Desire)이었다. 육체와 정신 그리고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이루고자 사람들의 욕구는 너무도 간절했다.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던 ‘웰빙 열풍’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지만,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지금도 삶의 질과 가치를 강조하는 생활 방식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먹거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유기ㆍ무농약 농산물 등 친환경 먹거리 시장 규모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규모가 지난 2012년만 해도 3조809억원으로 전체 농산물 시장의 9%가량에 불과했지만, 오는 2015년에는 3조 8732억원, 2020년에는 7조 4749억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농산물 시장거래액의 20%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장규모의 확대와 함께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이른바 ‘그린 먹거리’ 기업의 역할이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 그린 먹거리 기업은 농산물의 고급화를 유도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을 늘리고 ‘고비용ㆍ 저효율ㆍ내수중심’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낙후된 농업구조를 바꾸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헤럴드에 인수된 ㈜천보내츄럴푸드의 전경과 생산시설.

▶국내 최대의 프리미엄 홀푸드(건강식ㆍ자연식) 기업 닻을 올리다=지난해 9월 ㈜헤럴드는 국내 최대의 친환경 곡물 전문 기업 ㈜천보내츄럴푸드를 인수하고 프리미엄 홀푸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12년 식품사업부문을 설립해 100% 친환경 생과일주스인 ‘저스트주스’를 출시한 데 이어 친환경쌀, 잡곡, 견과류, 가공식품 등을 취급하는 천보내츄럴푸드를 인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면모를 다진 것이다. 헤럴드는 친환경 생과일주스 사업부문과 천보를 한 데 아울러 ㈜올가니카라는 사명으로 일원화하고 국내외 식품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올가니카의 홀푸드 사업은 단순히 유기ㆍ무농약 농산물을 유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 농산물을 가공,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우리 식품시장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올가니카에서 생산ㆍ판매되는 친환경 생과일주스인 ‘저스트주스’는 아무런 첨가물 없이 순수한 유기농 과일만으로 만들어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생과일 주스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당도를 내기 위해 과즙에 열을 가해 당분만 남기는 ‘농축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반해, 진정한 자연주스를 만들기 위해 농축액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가니카는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인 뉴욕의 ‘펄세’ 출신 김용휘 수석셰프(경력14년)와 일본계 미국인 토드 니시모토 셰프를 연구진으로 영입, 100회가 넘는 시음 과정을 거쳐 주스의 조리법을 개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의 과일 농장 100곳을 다니며 유기농 재료를 찾아 헤맸다.

니시모토 셰프는 “유기농으로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는 국내에 5%밖에 안된다”며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주스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유기농 쌀 브랜드인 ‘천작(天作)’을 비롯해 잡곡, 견과류, 가공식품 등 180여종의 식품을 판매하는 올가니카의 홀푸드 부문 역시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관계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도입해 제품을 생산한다. 국내 양곡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능률협회의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을 인증받았으며,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인증하는 우수 농식품 생산 농장(스타팜)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라도 뽕밭에서 강원도 평창 산골까지, 지역 특산물에 가치 입힌 중소기업들= ㈜올가니카가 과일, 곡물 등 보편적인 친환경농산물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면 보다 지역색이 강한 작물에 자연의 가치를 입혀 승승장구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뽕 전문회사 ‘동의나라’는 지난 2003년 9월 회사를 설립한 이후 10년간 뽕을 연구해 인공감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뽕잎차를 탄생시켰다. 동의나라의 뽕잎차 제품 ‘뽕잎수’는 2012년 세계적인 음료식품 품평회인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해 우수성을 입증, 지난해 약 150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라남도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특산물인 뽕잎에 ‘고집’과 ‘열정’을 더해 지역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큰 성과를 낸 것이다.

강기운 동의나라 대표는 “인공 감미료를 쓴 음료는 일주일이면 복제할 수 있지만, 뽕잎수는 순수 천연 뽕잎 추출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따라 만들 수 없다”며 “간장사업부를 따로 만들어 뽕잎을 넣은 간장 시제품 개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동의나라가 생산ㆍ판매중인 순수 뽕잎차 ‘뽕잎수’

험산 준령으로 유명한 강원도를 대표하는 그린 먹거리 기업은 영농벤처 ‘평창사람들’이다.

평창사람들은 지난 2010년 설립된 영농벤처 기업으로,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대단위 노아농장을 통해 고품질 표고버섯과 다양한 기능성 농산물을 직접 생산한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중인 ‘강원 특산물 명품화 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연세대 원주LINC(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단과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평창사람들은 친환경 표고버섯 장조림과 지역특산물 가공식품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표고버섯 장조림과 가공식품이 미주지역 교민을 비롯한 해외 바이어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대형 해외식품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뉴저지, 댈러스 등 미국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경희 평창사람들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 표고버섯과 지역농산물 가공식품 10여 종을 추가로 개발하고 수출 지역도 미국 전역과 캐나다 지역까지 확대해 2015년까지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사람들이 생산ㆍ판매하는 표고버섯 장조림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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