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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투자 늘려달라” 요청- 재계 “작년만큼만” 신중…외국인과 역차별 서운함도 드러나
[헤럴드경제=박수진ㆍ서상범 기자]정부는 투자 확대를 독려했지만 재계는 신중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규제 완화에 앞장서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확인한 재계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외국인 투자에는 잇달아 당근을 내놓으면서도 국내 기업들에게는 이미 한 약속도 못지키는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그룹 사장단은 14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투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해 4월, 10월에 이어 세번째다. 그럼에도 새해 첫 간담회 이자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규제완화’ ‘경제혁신’을 외친 후 처음 정부와 재계가 만난 자리라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정작 성과는 별로 없었다. 당초 산업부는 이날 30대그룹의 투자ㆍ고용 이행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제대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는 지난 해 투자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올 해 투자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계속 기업에 대한 주문을 쏟아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무엇보다도 투자, 고용, 수출에 힘을 실어달라. 그래야 경기 회복의 불씨가 타오를 수 있다. 투자 활성화, 고용 창출 부탁드린다. 매년 드리는 말씀이지만 올 해는 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독려했다.

14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30대 그룹 투자.고용간담회에 참석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사장단들이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하지만 기업들은 신중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올 해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50조원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 규모가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해 49조원대 투자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었다. 올 해 고용 계획과 관련해서는 말을 더 아꼈다. 이 사장은 “저희가 보기에 올 해 경기가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이 갖는 비중이 있기 때문에 일단 지난 해 수준으로 계획을 잡아놨다”고만 했다.

정도현 LG사장도 투자계획에 대한 질문에 “전년 수준 정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더’가 없는 투자와 고용의 이면에는 정부에 대한 서운함이 뭍어있었다. 이날 재계는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동반성장 지표 산정 기준 개선 ▷외국계 기업 우대 및 국내 기업 역차별 등의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채정병 롯데 사장은 “중소기업을 위해 도입한 적합업종, 정부조달 등의 규제가 오히려 외국기업만 혜택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역차별 해소를 욕 했다.

박광식 현대차 부사장은 “엔저로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소득 4만불의 걸림돌은 고용경직성이다. 대체근로, 파견근로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 고용유연성 확보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범 한국지엠 부사장은 “통상임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노동ㆍ환경 규제 도입 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해야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화기애애할 것도 경직될 것도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수진ㆍ서상범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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