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란 책이나 종이, 벼루, 먹, 붓 등 문방사우를 비롯한 문방구류를 그린 그림으로 책가도(冊架圖) 또는 문방도(文房圖)라고도 불린다. 높게 쌓아 놓은 책더미와 서재의 일상용품을 적절히 배치한 정물화풍의 민화 또는 장식화다. 보는 이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보는 이를 바라보는 듯한 역원근법(逆遠近法)이 쓰인점이 독특하다. 면학에 정진하고 글공부를 적극 권장했던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가도(冊架圖), 10폭 병풍, 비단에 채색, 149.5×450cm, 19세기.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영등포점] |
조선 초기 책거리는 선배들의 애장품과 사랑방 기물인 도자기, 화분, 부채가 주로 그려졌지만, 후기엔 민가에서도 유행하면서 그 소재가 광범위해져 거북, 매, 소나무, 봉황, 사슴 등 행복과 길상을 상징하는 동물도 등장한다. 둘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책을 소재로 한 양화선 작가의 조각작품도 함께 출품돼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경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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